SNS, 아프리카·중동 ‘시민혁명’ 견인… 튀니지·이집트 시위 물꼬 역할
입력 2011-01-27 18:47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북아프리카와 중동 독재국가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 이곳 국민들은 SNS를 통해 정부 비판을 공유하고, 대정부 시위를 모의한다. IT 혁명으로 일컫던 SNS가 정치 혁명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SNS 혁명’에서 촉발=이집트에서 지난 25일 수만명이 참가한 대규모 시위가 가능했던 배경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있었다. 한 청년단체가 국경일인 이날 집회를 열자고 제안했고, 8만9000명이 SNS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집트인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집회 장소를 정했다. 경찰 감시를 피하는 방법을 서로 알려줬다.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작아지고, 집회에 참가할 용기도 생겼다.
이집트인들이 ‘호스니 무라바크 대통령을 몰아내자’는 생각을 하게 된 데도 페이스북 역할이 컸다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지난해 여름, 경찰의 마약 거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고문을 받고 숨진 칼레드 사이드의 소식이 알려지자 이집트 SNS는 들끓었다. ‘우리 모두가 칼레드다’라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대통령 축출에 관한 글도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결정적 영향은 튀니지 국민의 ‘승리’였다. 튀니지에선 한 노점상이 분신자살한 사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타고 전해지면서 분노가 확산됐다. 하지만 튀니지에서 SNS 혁명은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봄 페이스북과 G메일 등 인터넷 사이트의 로그인 정보 등을 검열하는 비밀경찰의 존재가 슬림 아마모우라는 시민에 의해 폭로됐다. 경찰은 그를 체포했고,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아마모우의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 검열의 부당함을 알렸다.
◇검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북아프리카의 독재국가에서 SNS가 힘을 얻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정부 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일반 인터넷사이트의 경우 정부가 접속을 제한하면 이용이 어렵지만, SNS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본사가 조치를 취하면 다른 주소로 접속이 가능하다. 최근 이집트 정부가 SNS 접속을 막았음에도 이용자 트래픽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자동 번역과 같은 기술이 제공돼 연대에 걸림돌이 되는 언어적 장애물 제거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가난한 독재국가는 언론 자유가 엄격히 통제되는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탄압을 국가 전체의 문제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