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강만수 변수’… 우리금융지주 회장 낙점 여부따라 신한·하나 등 연쇄 교통정리
입력 2011-01-27 21:51
차기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각축전의 막이 올랐다. 우리금융지주는 28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다. 재임기간 실적이 좋았던 이팔성 지주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강력한 외부 변수가 나타났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강 특보가 신한·우리·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후보로 일제히 하마평에 올랐지만 그중에서도 정부 소유인 우리금융으로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최근 부쩍 부상하고 있어서다. 둘 중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은 산은지주 회장에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팔성 vs 강만수=우리금융 회추위는 주주대표(이원태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와 사외이사 3명, 외부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이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인지, 혹은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재임기간 내내 우리금융에 대한 열정을 내비쳤다. 2008년 이후 5억여원을 들여 직접 사들인 자사주만 4만3000여주에 이른다.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우리금융의 민영화 작업을 다시 이끌어내는 데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이 회장 역시 26일 “연속성은 좋은 것이다. 성장도 연속성 있게 이뤄야 하고 (민영화 등) 하는 일도 마무리하는 건 좋은 일”이라며 연임에 대한 의사를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반면 강 특보는 명실상부한 권력 실세다. 이 회장이 “나와는 계급이 다르다”고 말할 정도로 힘 있는 차기 회장 후보다. 그가 우리금융 회장이 되면 당장 민영화 작업이 탄력 받을 수 있다. 우리금융이 추진해 왔던 과점 주주 방식의 분산 매각 방안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는 임기다.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두 사람은 현 정권이 물러나는 2년 뒤 함께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만간 재추진돼 성사된다면 회장직을 인수기업에 넘겨야 하는 부담도 감안해야 한다. 누가 되더라도 결과적으로 단기 회장에 그칠 수도 있어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금융가의 분석이다.
◇숨죽인 신한·하나금융=신한과 하나금융도 강 특보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특보가 우리금융 또는 산은지주에 안착할 경우 독자적으로 회장 인선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의 수도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지난해 경영권 내분 사태 당시부터 차기 회장으로 강 특보가 거론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때 강 특보가 신한금융에 자원했다는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특보는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강 특보의 측근은 전화통화에서 “‘신한금융 자원설’을 듣고 강 특보가 대로했었다”면서 “최근 위기에 놓인 신한금융이 구애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승유 회장의 연임 여부가 거론되는 와중에 강 특보의 차기 회장 하마평을 시인도 부인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있다. 하나금융이 현 정권과 가깝다는 세간의 의혹과 맞물려 돌아갈 수 있어서다. 게다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금융당국에 최종 대주주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