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고 ‘권한 갈등’ 교과부 승리… 대법원 “시정명령은 장관의 권한, 소송대상 아니다”
입력 2011-01-27 21:21
자율고 취소 권한 여부를 둘러싼 교육과학기술부와 전북교육청의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교과부의 손을 들어줬다.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 계속된 교과부와 교육청의 권한갈등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향후 유사한 법적 다툼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27일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교과부를 상대로 제기한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지정·고시 취소시정명령 취소청구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주무 장관이 시·도의 사무에 대해 취소·정지를 내릴 때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시정명령에 대해선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정명령은 소송을 걸 수 없는 장관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교과부와 전북교육청의 법정 다툼은 지난해 8월에 촉발됐다. 전북교육청이 자율고로 지정된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가 법인부담금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지정을 취소하자 교과부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북교육청은 거부했고, 교과부는 직권으로 자율고 지정 취소 처분을 취소하려 했다.
교과부의 직권 취소 이전에 두 학교 법인은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낸 자율고 지정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법원이 먼저 학교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교과부가 직권취소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러자 김 교육감은 교과부의 직권취소가 아닌 시정명령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이마저도 각하했다.
교과부는 이번 판결이 향후 교과부와 교육감의 권한 갈등에 대한 주요 판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보교육감이 있는 경기·강원교육청이 교과부의 평준화 지정 유보를 두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평준화를 하려면 교과부가 부령 개정을 해야 하는데 교과부가 거부해 교육 자치를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교과부는 시정명령과 마찬가지로 부령개정도 장관의 고유권한이라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헌법 95조에 부령 개정은 장관의 권한으로 명시돼 있다”며 “교과부 장관이 정당한 권한을 행사한 것은 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번 판결로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강원교육청은 법적 대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권한쟁의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을 예상하고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상곤 경기교육감은 이날 교과부를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평준화 지정 유보에 대해 모든 대응책을 강구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법적 대응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설동근 교과부 2차관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설 차관은 일정 등을 이유로 거절했다.
임성수 노석조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