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설 앞둔 재래시장·대형마트 둘러보니… “한파에 고물가,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요”

입력 2011-01-27 21:18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한파가 이어지면서 신선식품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설을 앞두고 주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재래시장은 지난해 추석보다 손님이 크게 줄었고, 대형마트 축산·채소코너는 썰렁하기만 하다.

2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은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손님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주부들이 한창 시장을 보는 오후 3시쯤에도 채소코너를 오가는 손님은 10여명에 불과했다. 농수산물시장에서 23년 동안 채소장사를 한 박모(62)씨는 “작년 추석보다 손님이 절반도 안 된다”며 “날씨가 추우니까 아예 찾아오는 손님도 적고 와서 들었다 놨다만 하고 안 사는 손님도 태반”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27일 배추 10㎏(상품) 도매가는 1만2521원으로 1년 전 5518원보다 2.3배나 올랐다. 대파 1㎏ 한 단(상품) 도매가는 2834원으로 1년 전(969원)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도라지나 콩나물 등 나물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설을 앞두고 채소 수요는 늘고 있지만 한파와 폭설로 출하량이 감소하면서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구제역 여파로 물량이 크게 부족해진 돼지고기는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돼지고기 지육 1㎏ 가격은 26일 기준 8143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평균 돼지고기 도매가인 3859원보다 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27일 오후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축산코너는 손님보다 종업원이 더 많았다. 축산코너에서 한참동안 가격을 살펴보던 이화자(69·여)씨는 “돼지고기 앞다리가 수입산 쇠고기보다 비싸다”며 수입산 쇠고기를 집어 들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삼겹살처럼 가격이 통제되는 부위를 제외하고는 돼지고기 가격이 수입산 쇠고기보다 비싸다 보니 수입산 쇠고기를 사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AI와 한파 영향으로 닭고기와 달걀 가격도 치솟았다. 대한양계협회에 따르면 26일 현재 생닭 한 마리는 2200원으로 전달 1600원보다 37% 올랐다.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특란 한 판은 지난해 3450원에서 57% 증가한 6100원으로 가격이 뛰었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닭의 산란율이 떨어지고 AI 확산으로 닭이 줄어들면서 달걀 공급이 감소한 탓이다.

한파와 어획량 감소로 고등어 등 수산물 공급량도 크게 줄었다. 고등어의 경우 우리나라 근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개체수는 늘었지만 먹이경쟁으로 몸집은 작아졌고, 어선의 조업일수도 줄어들어 어획량이 예년만 못하다. 이마트는 상시저가정책으로 고등어 한 마리를 990원에 팔고 있지만 물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역 롯데마트에서 명절 장을 보던 박모(68·여)씨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있는데 가격을 대충 계산해 보니 2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며 “명절 음식 양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