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정국 혼돈] 친이 ‘광속 행보’에 친박 ‘콧방귀’
입력 2011-01-27 21:23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개헌 띄우기’ 보폭이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는 여권 핵심부의 개헌 추진에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철저히 무시한다는 작전으로 맞서고 있다.
친이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 이후 연일 ‘개헌은 국가 선진화를 위한 시대적 과제이며, 정략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논리를 앞세워 정치권의 개헌 논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이군현 의원은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동아시아 중심 시대의 국가 비전을 위한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친이계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20년이 지난 헌법이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기본권 규정 모두 포괄적으로 검토해 계파, 정파, 지역, 계층을 초월해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새 헌법 개정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헌 전도사’ 이 장관은 군인의 기본권 문제, 국가 자산 규모와 시대정신의 변화를 쭉 설명하며 헌법의 전면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시대정신은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국제사회에서 어깨를 겨루는 것”이라며 “‘청렴’을 국민의 4대 의무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또 “선거만 끝나면 사회가 통합돼야 하는데 이 나라는 선거만 끝나면 분열된다”며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분권형 대통령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대통령뿐 아니라 군의원, 기초의원, 공천 떨어진 사람도 (자기가) 못 해서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며 “이재오 개XX, XXXX 하고 다닌다”며 욕설까지 인용했다. 그는 “(지금 추진하는) 개헌은 기본적으로 정략이 안 통한다”며 “개헌 얘기만 하면 정략이라고 하는 사람은 공부를 덜했거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고도 했다. 친이계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는 개헌 의총을 앞두고 6일 별도 간담회를 갖고 전열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하지만 친박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상찬 의원은 “할 말은 많으나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개헌에 찬성하든, 반성하든 논쟁에 참여하는 순간 친이계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친이계가 세종시 사태 때처럼 안 될 줄 알면서도 개헌을 이슈화하는 이유는 박근혜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현재의 대선 판도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게 친박계 판단이다. 개헌 자체보다 개헌을 통해 이른바 아군과 적군을 확실히 구분하고 친이계 세력화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