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달빛 홍대의 밤을 밝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콘서트

입력 2011-01-27 21:53

27일 저녁, 서울 홍대 부근은 언제나 그렇듯 각양각색의 밴드들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음악으로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이날은 여느 날과 달랐다. 홍대를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라이브클럽 26곳에서 인디밴드 103팀이 동시다발적으로 각자의 노래를 불렀지만, 지난해 11월 6일 갑작스런 뇌출혈로 숨진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고(故) 이진원을 추모하는 마음만은 같았기 때문이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공연 추진회’가 주최하고 클럽문화협회, 공연 에이전시 컴퍼니에프 등이 주관한 추모공연 ‘나는 행운아’는 그 규모와 라인업에서 한국 음악 역사상 찾기 힘든 거대한 기획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노브레인, 이상은, 국카스텐 등 어느 한 곳도 포기하기 싫은 화려한 라인업 때문에 공연 전부터 “어느 공연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하는 팬들이 생길 정도였다. 동선을 고민하는 팬들을 위해 제작된 ‘달빛요정추모공연지도’는 대형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주최 측이 마련한 4500장의 티켓은 공연이 시작된 1시간 만에 거의 동났다. 일부 클럽은 손님들로 미어터져 공연이 지연되기도 했다. 오후 8시에 ‘달빛요정카피밴드’의 무대가 마련된 클럽 ‘빵’은 홀이 15분 전 관객으로 가득 차 늦게 온 관객들은 밖에서 떨면서 음악을 들어야 했다.

추모공연에 참여한 와이낫의 전상규는 “음악적 성향이 다르고 각자 일정이 있는 인디밴드 103팀이 같은 날 홍대로 모여들었다. 거대한 자본, 정치권력의 힘도 모으지 못하는 인디밴드들과 라이브클럽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놀랍다”고 말했다.

2003년 앨범 ‘인필드 플라이’로 데뷔한 ‘달빛요정’은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인생’ ‘나를 연애하게 하라’ 등 많은 인기곡을 남겼다.

추모공연에서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야구에 관한 노래 ‘치고 달려라’를 부른 타카피의 보컬 김재국은 “인디밴드들은 출신도 다양하고 배타적이기도 한데 진원이형의 음악은 교집합 같은 면모가 있었다. 펑크나 포크를 좋아하는 팬들도 지원이형의 음악은 다 좋아했고, 여러 사람을 아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모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인디밴드들이 서로의 음악을 교환하는 자리도 됐다. 클럽 ‘라디안’에서 오후 7시에 공연한 5인조 밴드 ‘빔 아이즈 빔’은 자신들에 이어 공연한 밴드 ‘이미지’의 노래를 들었다. ‘빔 아이즈 빔’의 보컬 장창은 “장르가 비슷하면 공연을 같이 해서 알지만, 이번에는 서로 다른 장르의 밴드들이 대거 참여했다”면서 “달빛요정은 여러 팬을 아우르는 음악을 선보였는데, 그를 추모하는 것을 계기로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교류하고 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 밴드들의 공연이 끝난 뒤 오후 11시에는 상상마당에서 고인이 살아돌아온 듯한 특별 공연이 펼쳐졌다. ‘달빛요정’과 함께 해온 밴드 멤버들이 무대에 올랐으며, ‘달빛요정’의 생전 음성과 동영상을 재생해 고인의 실제 무대를 보는 듯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