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배연형 교수 등 연구진, 일제 강점기 음향자료 집대성 ‘한국 유성기음반 전집’ 발간했다

입력 2011-01-27 17:58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인터뷰한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의 육성, 오늘날까지도 회자되는 노래 ‘사의찬미’ 윤심덕의 원반(原盤), 연극에 출연한 전설적인 배우 나운규….

일제강점기 음향자료가 집대성됐다. 동국대학교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단장 배연형 교수)은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1907∼45년에 이르는 기간의 유성기 음반을 모은 ‘한국 유성기음반 전집’을 발간하고 디지털아카이브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유성기음반 전집’에 기재된 음향자료는 6500여 음반 1만3000여건으로, 연구단 측은 이 가운데 4000여건을 오는 7월 홈페이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음기라고도 불리는 유성기는 1899년 처음 한국에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뒤 196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근대적 음향 매체였다.

배연형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6년여에 걸쳐 수집한 음향 자료는 당시의 가수들이 부른 유행가와 민요·창가 등은 물론 연극·만담·정치연설·교육자료 등을 망라한다. 문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임은 물론 당대의 언어학적·사회적 변화까지 읽을 수 있는 희귀 사료라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올림픽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보는 순간 힘이 솟았다”고 말하는 음성 녹음 자료가 우선 눈에 띈다. 배 교수는 “당시 언론의 일장기 삭제 사건이 있어 이 같은 발언이 있었을 것”이라며 “일본이 손 선수에게 그런 말을 하도록 강압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외에도 이왕직(李王職·일제강점기에 조선의 왕족을 관리하던 직제) 아악부가 녹음했던 ‘조선아악정수’, 1907년 미국 콜럼비아 레코드에서 발간한 최초의 한국음악 음반 ‘유산가’ 자료도 전집에 실려 있다.

배 교수는 “일본의 경우 음향 연구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 분야 연구가 미약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은 28일 동국대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을 초청, ‘동아시아 고(古)음반 연구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