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화 만들어 종교편향 조장하나
입력 2011-01-27 10:33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교재는 공공영역에서의 종교편향 혹은 차별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서로 다르지만 사랑해요’라는 제목의 이 교재는 흥미를 돋우기 위해 60쪽 분량의 만화로 제작됐다. 종교차별에 대해 정의를 내린 뒤 특정종교 표시 명함 및 봉투 사용, 공직자 종교편향 언행 등 공공기관 및 공직자들이 범하기 쉬운 종교차별 행위를 설명하고 있다. 종교차별신고센터 주요 신고 유형과 자문결과도 별도로 예시해 놓았다.
문제는 만화가 본래 취지와 달리 되레 특정 종교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여교사가 교탁에서 수업 전 기도를 하는 모습과 뒤에 앉은 덩치 큰 학생이 손을 번적 든 뒤 “수업시간에 종교의식 안돼요”라고 항의하는 그림은 누가 봐도 기독교를 연상시킨다.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다룬 부분 역시 미션스쿨의 채플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 종교전쟁의 폐해를 다루면서 십자군 예를 들었으니 기독교가 화살을 맞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사례에 등장한 내용은 대부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정 종교가 종교편향 문제를 제기하면서 거론했던 것이다. 불교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가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공직자종교편향신고센터에는 기독교에 대한 건이 전체의 70%가 넘는다. 이곳에 접수된 사례를 기준으로 여과 없이 싣다 보니 편향성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 사회문제가 됐던 국고지원 템플스테이 사업이나 ‘울산역(통도사)’ 명칭 논란은 실리지 않았다.
이 교재는 현재 문화부 홈페이지에 떠 있어 누구든지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지역 주민센터와 공공도서관, 초·중·고등학교, 군부대 등에 30만부가 배포됐으며 2월부터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재는 균형을 잃었을 뿐더러 기독교를 폄훼하는 내용을 싣고 있음이 분명하다. 문화부는 잘못된 내용을 바로 잡을 때까지 교재의 발행과 배포를 중단하고 홈페이지에서도 즉각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