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바울 (5) 현지어 배우고 오다 사고 왼쪽 발 중상
입력 2011-01-27 18:11
1999년부터 본격적인 선교사 훈련을 받았다. 12주간 과정에서 선교 전반을 배웠다. 선교에 대한 시각 교정과 구체적인 선교활동 내용을 총망라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합숙하면서 배운 인간관계는 내 평생 소중한 시간이었다. 훈련생 가족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와 협력하는 법 등을 배웠다.
훈련을 받는 동안 몇 차례 영적 전쟁도 겪어야 했다. 차를 몰다가 논두렁에 처박히는 경우도 있었고 아이가 아파 응급실을 찾은 적도 있었다. 일련의 사건으로 하나님은 나를 빚으셨다.
마침내 선교 훈련이 끝나고 2000년 봄, 아내와 두 아이와 함께 인도에 도착했다. 윌리엄 캐리 선교사의 말이 떠올랐다. “하나님으로부터 위대한 일을 기대하라. 하나님을 위해 위대한 일을 시도하라.” 우리는 캐리 선교사의 꿈을 마음에 간직하고 하나님을 기대했다.
선교사들은 현지에 도착하면 우선 집을 구하고 자녀를 학교에 보낸다. 그리고 해당 지역 언어를 배운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문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움도 많이 발생한다.
언어 습득은 선교사에게 필수다. 복음을 전하려면 현지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북인도 니잠무르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우르드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우르드어는 아랍어 문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문법이나 단어는 산스크리트어를 차용하고 있어서 외국인이 배우기에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언어는 현지 문화와 역사를 반영한다. 말과 글을 배우며 사람들과 친해지기 시작하자 안개 걷히듯 생활이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우르드어를 배운 지 1년 정도 지났을까. 단순히 우르드어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지역에는 무슬림만 사는 게 아니라 힌두인들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힌두어도 배워야 했다. 그런데 힌두어를 배우면서 우르드어를 공부하니 서로 연결되면서 우르드어 학습이 쉬웠다. 두 가지 언어를 공부하면서 여러 지역을 다녔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졌다. 언어를 배우기 시작한 지 9개월 무렵이다. 2000년 11월 8일 오후 7시. 그날도 우르드어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당시 우리는 차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다니며 공부를 했다. 그날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가까운 정류장에 내리기 위해 버스 앞문에 서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데 운전기사가 내리라고 했다. 너무 위험하게 보여서 버스가 완전히 정지하면 내리겠다고 했다.
결국 한 정류장을 지났고 다음 정류장에 내리려고 앞문 입구에 있었는데 버스가 지하도 공사장을 통과하면서 뭔가에 걸렸는지 갑자기 기우뚱했다. 차체가 심하게 흔들거렸고 이 바람에 문 앞에 있던 나는 중심을 잃고 밖으로 떨어져 버렸다. 동시에 버스 뒷바퀴가 내 왼쪽 다리를 타고 넘어갔다. 피할 새도 없었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여 있었다. 다리 상태를 확인했다. 왼쪽 다리는 거의 떨어져 나갔고 일부만 붙어 있었다. 끔찍했다. 피가 많이 났다. 황당한 것은 사고를 낸 버스 기사는 나 몰라라 도망을 가버렸다. 나는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 이윽고 한 청년이 나를 안더니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