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은 美와의 문제”… 비핵화회담 거부 메시지
입력 2011-01-26 22:03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의 26일 담화를 통해 우리 정부의 ‘비핵화 회담’ 요구를 완곡하게 거부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담화에서 북측은 “조선반도의 핵문제는 철두철미 우리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 전쟁과 적대시 정책으로 말미암아 산생된 문제로서 그 근원을 제거할 수 있는 대화방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근원을 제거할 수 있는 대화방식’에서 미국과 담판을 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오전 비핵화 당국자 회담을 촉구하자 핵 문제와 관련한 북측 입장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측이 명시적으로 남측 제안을 거부하지 않은 것은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북한이 모호성을 유지하고 다른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도 이번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북한의 공식 입장으로 보지 않고, 지속적으로 비핵화 회담을 요구해 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연평도 도발에 간접적인 반응도 나와 주목된다. 담화에서 북측은 “조선반도에서 조미(북미), 북남 사이의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한 어느 일방의 행동은 타방에 도발로 비치기 마련”이라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신뢰를 조성해나감으로써 서로 도발로 간주되는 행동들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우리 측의 포사격 훈련을 도발로 간주해 응사한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는 기존 논리와 통한다.
아울러 북한은 대화에 일방적인 전제조건을 내세우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이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의제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추가 도발 방지 확약을 제시한 데 대한 불편한 기류를 내비친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