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발간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만화’… 한국 교회가 봉?
입력 2011-01-26 20:59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공직자 종교차별 예방교육 만화’(사진)가 형평성을 잃고 한국 교회를 은근히 공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부가 제작한 ‘서로 다르지만 사랑해요’는 60쪽 분량으로 5명의 캐릭터와 ‘딩동교’라는 가상종교로 종교차별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소재 대부분이 기독교사의 수업 전 기도와 기독 공직자의 편향 발언, 미션스쿨 채플 등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특정 종교가 종교편향 문제를 제기하면서 거론했던 내용이다. 특히 교사가 수업시간에 기도하는 모습이나 십자군 전쟁 장면 등은 종교편향의 주체가 개신교라는 것을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반면 한국 교회가 지난해 종교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던 820억원 국고지원 템플스테이 사업이나 ‘울산역(통도사)’ 명칭 논란은 싣지도 않았다.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특정 종교가 만들어낸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 정부는 냉철한 판단 없이 그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런 잘못된 논리가 우리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형평성을 잃은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종교편향 문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은 “문화부도 2009년 내놓은 ‘국내외 종교차별 사례연구’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광 진흥 목적으로 종교적 집회와 결사를 위한 건물 건축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정교분리 위반’이라고 못 박고 있다”면서 “이 논리대로라면 템플스테이가 종교편향이 아니고 뭐냐”고 항변했다. 심 사무국장은 “이렇듯 문화부는 종교편향의 대표적 사례는 다루지 않고 개신교를 공격하는 특정종교의 논리만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지방 공직자들이 ‘종교차별이 어떤 경우에 해당되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아 실무적 예만 모아 만화를 제작하게 됐다”면서 “민감한 내용은 빼고 공직자의 편향적 발언이나 종립학교 교사들의 과도한 종교행위 등 대표적 사례만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화에 특정 종교 색을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했고 내용도 몇 번이나 감수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만화책은 지역 주민센터와 공공도서관, 초·중·고등학교, 군부대 등에 30만부가 배포됐으며 문화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도 올라와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