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127㎞ ‘베트남판 만리장성’ 발굴

입력 2011-01-26 18:52

베트남 중부 지역 산속에서 길이 127㎞에 이르는 ‘베트남판 만리장성’이 발견됐다.

미 CNN방송 인터넷판은 26일(현지시간) 현지 고고학자들이 5년간 탐사·발굴한 끝에 중부 꽝응아이에서 남쪽 빈딘 지역까지 쭉 뻗어 있는 꽝응아이장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최후의 왕조인 응우옌왕조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꽝응아이장성은 흙과 돌로 성벽을 쌓았다. 5000㎞를 넘는 중국의 만리장성과 비교할 때 매우 작은 규모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유적 가운데는 가장 길다.

꽝응아이장성 탐사는 프랑스 국립극동연구원 하노이 분교 교수인 앤드루 하디 박사가 2005년 꽝응아이장성이 1819년부터 세워지기 시작했다고 쓰인 지리학 문헌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하디 박사와 베트남 학자들은 탐사를 시작한 지 5년여 만에 장성을 찾아냈다. 연구진은 현재 베트남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베트족과 이웃 부족인 흐레족이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함께 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꽝응아이장성은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해 국가 문화유산 지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CNN은 꽝응아이장성을 활용한 관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꽝응아이가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이 민간인 500여명을 무차별 살해한 ‘밀라이 대학살’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예민한 이곳에 외국인의 출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