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항 테러범 추정 ‘검은 과부’… 남편·자식이 러軍에 살해된 ‘反러’ 체첸 여성 무장단체

입력 2011-01-26 21:28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여성 테러단체 ‘검은 과부(Black Widows)’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 경찰당국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근거로 사건이 발생한 24일(현지시간) 30대 남성과 검은색 옷차림의 젊은 여성이 입국장 대합실 카페에서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은 직후 가방이 폭발했다고 추정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5일자 ‘공격의 뒤에 누가 있었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검은 과부’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상세히 소개했다. 검은 과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체첸 분리 독립을 위해 싸우던 남편과 자식들이 러시아군에게 살해되거나 강간, 고문 등으로 폐인이 되는 것을 보면서 복수심을 키웠다. 이후 테러범의 훈련을 받은 이들이 2000년 이후 러시아 안팎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중 절반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계가 소홀해 목표물에 접근하기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검은 과부는 2000년 6월 체첸 주둔 러시아군 기지 앞에서 카바 바라예바란 여성의 자폭 테러로 존재를 알렸고, 지난해 3월에도 모스크바 지하철 테러를 감행했다.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도 테러 배후로 ‘검은 과부’가 소속된 북카프카스 반군을 지목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 보안 당국이 지난달 31일 모스크바 한 스포츠센터 빌딩이 전파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추가 유사한 테러 발생 가능성을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북카프카스에서 온 여성 테러범들이 1월 1일 밤 테러를 가할 계획이었으나 1명이 부주의해 미리 폭발물을 터트려 들통났다고 덧붙였다. 코메르산트는 이들 중 1명이 모스크바 공항 테러도 저지른 것이라고 전했다.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범인이 아랍계가 아닌 유럽계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인류학연구소 타티야나 발루예바 연구원은 “테러범 사진을 검토한 결과 아랍·프랑스·이탈리아인 등이 속하는 유럽 남부 지중해 인종의 남성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