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승부차기 순번 “이게 최선입니까?”… 한·일 4강전 석패 후폭풍

입력 2011-01-26 21:49

‘신예들의 패기가 진정 최선이었을까.’

‘11m 룰렛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중압감이 큰 승부차기에서 첫 0패를 기록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키커 선정을 놓고 의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국은 26일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전 승부차기에서 구자철(22·제주)-이용래(25·수원)-홍정호(22·제주)로 이어지는 1∼3번 키커들이 연속으로 골을 성공하지 못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의 네 번째 키커 곤노 야스유키가 골을 기록하는 바람에 한국의 4, 5번 키커가 나서지 않았지만 나머지 키커도 손흥민(19·함부르크SV)과 기성용(22·셀틱)으로 한국은 모두 비교적 어린 선수들을 키커로 배정했다. 반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박지성(30·맨유) 등은 키커에서 제외됐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후 “승부차기 순번은 연습을 통해 미리 정해놓았다”며 “오늘은 너무 지쳐서 그런지 연습 때 킥 능력이 안 나온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영표(34·알힐랄)도 “연습 때 잘했던 선수들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연습 때보다 정신적인 압박이 훨씬 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필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대회에서 4골을 기록하며 맹활약한 구자철과 대표팀에서 킥을 전담하는 기성용이 가장 중요한 1, 5번 키커로 배정됐지만 구자철의 슈팅은 상대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에 막혔다. 골문을 향했던 슈팅이 상대에 막히면서 두 번째 키커 이용래의 부담이 커졌고, 세 번째 키커 홍정호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다.

반면 조 감독의 선택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지성, 이영표 같은 선수가 키커로 나섰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두 선수는 모두 승부차기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박지성은 자서전을 통해 고교 재학시절 금강대기 8강전에서의 실축 이후 승부차기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영표도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던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4강 이란전에서 승부차기에 실패해 고개를 떨궜다. 이청용(23·볼턴), 지동원(20·전남)의 교체도 키커 선정을 제한했다. 또 8강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가와시마 골키퍼가 상대적으로 잘 막았던 점도 한국에는 불운이었다.

한국은 이날 승부차기 패배로 아시안컵 우승 길목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역사를 되풀이했다. 한국은 2007년 대회 3·4위전 일본과의 승부차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앞선 준결승전에서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무릎을 꿇었다. 1988년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부차기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