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공무원은 혹한속 구제역에 시달리는데… 경남 시장-군수들은 한가한 ‘서열싸움’
입력 2011-01-26 18:33
경남 시장과 군수들이 행정 서열을 놓고 자존심 공방을 벌였다.
경남 지역에 구제역이 퍼져 농가와 공무원들이 혹한속에서도 대거 방역활동에 동원된 상황에서 한가하게 자리싸움이나 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경남도에 따르면 이날 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경남지역 시장·군수 정책회의에서 참석한 단체장들이 ‘행정 서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김맹곤 김해시장이 인사말을 통해 “김해는 지난해 전국에서 15번째로 50만명을 돌파한 대도시”라며 “행정 서열을 현실성 있게 바꿔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도내 18개 시·군 중 김해는 인구 100만명인 창원 다음으로 두 번째라는 게 김 시장의 주장이다. 현재 김해시의 서열은 5번째다.
이어 나동연 양산시장도 한 몫 거들었다. 나 시장은 “양산이 8개 시 가운데 마지막인데, 인구가 27만명인 점에 비춰 서열 조정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서열 2위와 3위인 이창희 진주시장과 김동진 통영시장 등이 즉각 반발했다. 이 시장은 “둘째 아들이 키가 작다고 해서 셋째 아들이 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 시장은 “국제적으로 봐도 대륙순으로 하거나 ABC 순서대로 하고 있다”고 인구에 따른 서열 조정에 반대했다.
인구가 3만명을 조금 넘는 의령군의 김채용 군수는 “인구 등 순서대로 하면 우리 군이 제일 꼴찌인데…”라며 걱정했다.
공방이 계속되자 김두관 경남지사는 “시장·군수들간 의견차가 있어 좀 더 시간을 갖고 천천히 검토해 보자”고 중재했다.
행정 서열은 행정기관 주관 행사시 시장·군수의 의전, 공문 시달 순서 등에 사용된다. 현재 서열은 창원·진주·통영·사천·김해·밀양·거제·양산시, 의령·함안·창녕·고성·남해·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군 순이다. 도청이 있는 창원을 제외하고 다른 시들은 시 승격 순서에 따랐다.
창원=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