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호남 민심 얻으려다 또 ‘사고’… 5·18 묘지서 상석 밟는 결례
입력 2011-01-26 21:54
한나라당 지도부가 26일 올해 첫 민심 탐방지로 호남을 택해 광주로 향했다. 하지만 안상수 대표가 국립 5·18민주묘지의 상석(床石)에 발을 올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안 대표는 당 지도부와 묘지를 참배하는 도중 5·18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으로 옥중에서 세상을 떠난 박관현 열사의 묘비를 만지면서 상석에 두 발을 올렸다. 상석에 발을 올리는 것은 결례로 여겨진다. 배은희 대변인은 “묘지관리소장이 안 대표에게 비석에 두 손을 얹고 추도의 예를 갖춰 달라고 했다”며 “어깨가 불편한 안 대표가 어쩔 수 없이 (상석)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고 해명했다. 안 대표는 물의가 일자 “이유를 막론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족회를 비롯한 5·18 관련 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안 대표는 스스로 크게 뉘우쳐야 한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도 “안 대표가 5·18민주화 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인터넷 등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비슷한 실수를 했던 사진까지 나돌며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5월 당내 경선 당시 5·18 묘지를 참배하면서 고(故) 홍남순 변호사 묘지 상석에 발을 올려 구설에 휘말렸다.
안 대표는 이어 광주시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시대정신이 불의에 맞서는 정의로운 항거였다면 지금은 (시대정신이) 국민화합과 국민통합”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지역석패율제 등 지역 화합을 위한 제도가 내년 총선부터 도입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여당 지도부는 이날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안 대표가 결정적 실수를 하고, 홍준표 나경원 최고위원 등이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광주=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