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예비회담 잘될까… ‘의제’ 싸고 치열한 기싸움 펼칠 듯

입력 2011-01-26 22:04

우리 측이 제의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 예비회담(실무회담)이 다음 달 열릴 경우 남북은 본회담 의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26일 김관진 국방장관 명의로 북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에게 보낸 전통문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및 추가도발 방지 확약’을 고위급 군사회담의 의제로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위급 군사회담에서 두 사건과 관련한 북측의 책임을 묻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 조건이 전제되어야만 본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 측 의제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북측은 그간 천안함 사건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강조해 왔고, 연평도 도발은 남측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회담이 열리더라도 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 내부에는 지난해 3월 발생한 천안함 사태 1주년이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표명 없이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예상 밖의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에서 조성되고 있는 대화 기류를 북한이 먼저 깨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두 사건을 언급하면서, 우리 측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전면 거부하지 못하도록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김진무 박사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연평도 사건에는 사과를 하는 ‘반쪽 유감’을 표시해 우리 정부가 거절하기 힘든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가 북측에 재차 요구한 비핵화회담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정부는 지난 10일 천안함·연평도 도발과 비핵화 문제를 다루는 당국 간 회담을 제안했고, 북측은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어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다루자고 20일 통지문으로 호응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비핵화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해결할 문제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핵 문제는 남북이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계속된 북한의 대화 공세 분위기와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대한 고위급 군사회담 제의 등으로 미뤄볼 때,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도 모종의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이도경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