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연일 ‘개헌 풍선’ 띄우는데… 친박계는 싸늘
입력 2011-01-26 18:30
한나라당 친이명박계가 ‘개헌 간담회’를 여는 등 연일 개헌론 띄우기를 하고 있다. 안상수 대표도 개헌 논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친박근혜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안 대표는 26일 당내 개헌 문제를 논의할 기구를 만드는 문제를 꺼냈다. 그는 “당내 특위를 구성하거나 정책위의장 산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문제가 2월에 열릴 의원총회에서 결정되기를 바란다”며 “의총에서 여론을 수렴해 다수가 찬성하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개헌 의총을 거쳐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하고, 야당과 협상에 들어가는 수순으로 가길 바란다”면서 개헌 논의를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안 대표는 또 지난 23일 당·청 만찬 회동에서 한 이명박 대통령의 개헌 관련 언급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이 논의하기를 바란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의원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친이계 의원 모임인 ‘함께 내일로’는 이날 여의도 모임 사무실에서 의원 14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 간담회를 갖고 권력구조 개편을 중심으로 개헌 방향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를 좇아 여당 내 개헌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함께 내일로 대표인 안경률 의원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했는데, 이제는 새로운 선진국 진입을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집을 짓는 데 좋은 설계도가 필요하듯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선진화된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발제자로 나선 서울대 정종섭 교수는 “대한민국의 발전 수준을 봤을 때 내각제로 가고 국가운영의 중심축은 국회로 오는 게 정상적”이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내각제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형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의 개헌 논의에 반대하고 있는 친박계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한 의원은 “개헌에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모여 논의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상부의 명령을 받아 밀실에서 진행하는 개헌 논의는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개헌에 부정적인 중진 의원도 “당 지도부와 친이계가 너무 개헌을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반발만 커지고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