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가장·저소득층 아동 초청 ‘꿈나래 겨울캠프’… “스키 타며 오뚝이 정신 배웠어요”

입력 2011-01-26 21:46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스키를 배우듯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꿋꿋이 헤쳐나갈 거예요.”

26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마운틴 스키하우스 앞 설원. ‘병아리’ 스키어들이 걸음마 배우기에 한창이다. 두툼한 스키복에 눈썹 아래까지 푹 눌러 쓴 헬멧, 얼굴을 반쯤 덮은 고글, 뒤뚱뒤뚱 엉성한 걸음걸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연신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넘어졌다 일어나길 수차례 반복하는 사이 아이들의 이마에는 이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이들은 국민일보와 어린이재단 공동 주최로 25일부터 27일까지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청소년 꿈나래 겨울캠프’에 참가한 소년소녀가장과 저소득층 아동들이다.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스키캠프에는 인천과 강원 지역에 거주하는 초·중 학생과 인솔교사 등 90여명이 참가했다.

4개 팀으로 나눠 스키 강사로부터 오전 내내 부츠 신는 방법부터 서는 자세, 넘어지는 요령, 옆으로 걸어 경사면 오르는 법, 방향 트는 법까지 배운 아이들은 오후가 되자 제법 능숙한 스키어의 자세가 나왔다. 일곱 번 넘어지면 여덟 번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의 결과물이다. 조민제 국민일보 사장은 이날 스키장을 찾아 아이들을 격려하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고 엄살을 부리던 윤아(가명·여·중1)는 실습시간이 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초급자용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온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변신에 자극받은 아이들도 하나둘씩 함성을 지르며 슬로프로 향한다. 가끔 속도를 이기지 못해 눈밭에 뒹굴어도 즐겁기만 하다. 윤아는 “처음엔 겁이 났는데 지금은 무척 재미있다”며 “오늘이 천천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회째 캠프에 참가한 인솔교사 이영이(29·여)씨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며 “아이들이 이번 캠프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가슴 깊이 간직해 남과 나누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캠프 첫날인 25일 오후에는 숙소인 마운틴콘도 프라자동 무궁화홀에서 ‘펀(Fun)&펀’ 마술 공연이 열렸다. 아이들은 1시간 동안 공연을 관람한 뒤 간단한 마술을 배웠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마술을 가르쳐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게 하려는 취지에서다. 조별 발표에서 대표로 나선 아이들은 문화상품권과 문구류를 받는 행운도 잡았다. 아이들은 리조트에 도착하기 전 비운의 왕 단종의 숨결이 살아있는 영월 단종역사관을 방문했다.

스키캠프는 27일 동해 제1함대사령부를 견학하는 것으로 2박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한다. 1함대사령부는 진주함의 조타 장치와 벌컨포, 기관실 등을 공개하고 해군의 활약상을 소개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하이원리조트와 외환은행 나눔재단 후원으로 진행됐다.

정선=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