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이세돌 얻는 팀, 천하를 얻으리라
입력 2011-01-26 17:34
2010년을 뜨겁게 달궜던 KB국민은행 2010한국바둑리그가 지난 23일 9개월에 걸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대국실에서 펼쳐진 챔피언 결정전은 정규리그 랭킹 1위를 차지했던 한게임팀과 정규리그 3위 신안천일염팀의 대결이었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챔피언 결정전은 연달아 5판을 치러 3승을 거둔 팀이 챔피언컵을 안는다.
그동안의 긴 승부에 화룡점정을 찍는 순간 두 팀의 오더는 치열했다. 1국에서는 한게임의 이영구가 안국현을 제압했다. 하지만 이어 열린 대국에서 신안천일염의 이춘규가 안형준을 꺾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창밖은 대설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였지만 바둑팬들로 가득한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과 대국실은 뜨거운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1,2국과 같이 시작된 4국 장고대국은 긴 계가바둑으로 흘렀고 이어 3국과 5국이 동시에 시작됐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5국은 신안천일염 주장 이세돌과 이번 한국바둑리그에 혜성같이 나타난 진시영의 대결이었다. 유연하기보다는 거친 느낌을 주는 두 선수의 바둑은 초반부터 기세의 충돌이었다. 예측불허의 상황. 하지만 승부는 순식간에 결정됐다.
한국 랭킹 1위이며 이번 한국바둑리그 다승 1위를 차지한 이세돌은 역시 강했다. 승부가 기울 즈음 한게임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게임의 주장 강동윤이 한상훈을 꺾으며 2대2가 되었다. 마지막 승부는 이호범과 김주호에게 달렸다. 이번 정규리그 1위 한게임팀은 지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래서 차민수 감독과 한게임 선수들은 우승에 더 목말라 있었다.
신안천일염은 지난 대회 새롭게 창단된 팀이다. 지난해엔 신안 출신인 이세돌 9단을 영입하고자 애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는 이세돌의 친형인 이상훈 감독을 세우고 삼고초려 끝에 이세돌을 주장으로 영입했다. 이세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훌륭히 주장의 역할을 다하며 팀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렸다. 결국 이호범이 김주호를 이기고 우승컵을 안았다. 한게임팀은 다시 한번 분루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2010한국바둑리그 우승은 신안천일염팀에게 돌아갔고 MVP는 이세돌 9단이 차지했다. 다승왕으로는 이세돌과 강유택이 공동수상했고 신인상은 한게임팀의 진시영이 받았다. 또 32개의 돌을 잡은 최철한이 대마상의 영예를 누렸다. 9개월의 긴 승부였다. 언제나 마지막에는 웃는 자와 우는 자가 있다. 하지만 함께 할 수 있는 동지가 있었기에 즐거웠고 함께 지켜볼 수 있었기에 행복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