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축구] 승부차기 혈전 ‘왕의 귀환’ 멈추다…체력적 열세가 족쇄로
입력 2011-01-26 01:35
51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렸던 한국 축구가 승부차기에서 어이없이 무너지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카타르 도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연장 후반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0대 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한국은 1960년 2회 대회 우승 이후 51년 만에 돌아온 아시안컵 정상 탈환의 기회를 놓쳤다. 또 1988년 카타르 대회(준우승) 이후 무려 23년 동안 아시안컵 결승전 진출에 실패하게 됐다. 결승진출에 실패한 한국은 29일 0시 3·4위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날 전반 체력적인 열세로 몸이 무거운 듯 이란전에서 보여준 압박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 반면 하루 더 쉬고 4강에 진출한 일본은 초반부터 한국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한국을 압박한 일본은 빠르고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한 후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으로 한국을 몰아붙였다. 전반 점유율에서도 한국이 4대 6으로 밀렸다.
경기력에서는 한국이 다소 밀렸지만 첫 골은 한국이 뽑았다. 수비진영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패스로 공격 찬스를 노리던 한국은 전반 21분 박지성(30·맨유)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지역을 침투하던 박지성이 곤노 야스유키에 밀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이를 기성용(22·셀틱)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때려 상대 골네트를 갈랐다.
첫 골을 내준 일본은 나가토모 유지의 왼쪽 오버래핑과 우치다 아쓰토의 오른쪽 오버래핑이 이어지며 한국의 측면을 공략했다. 결국 전반 35분 나가토모가 왼쪽을 돌파한 후 마에다 료이치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마에다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은 후반 들어 지동원(20·전남)과 이청용(23·볼턴)을 빼는 대신 홍정호(22·제주)와 손흥민(19·함부르크SV)을 투입하며 공격 전술에 변화를 꾀했다. 한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경기력이 살아나며 주도권을 잡았지만 연장 전반 7분 황재원(30·수원)이 오카자키 신지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심판의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1-2로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한국은 연장 후반 15분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공을 황재원이 극적인 동점골로 연결시키며 승부차기로 승부를 넘겼다.
승부차기에 접어든 한국은 첫 번째 키커 구자철의 슈팅이 가와시마 골키퍼에 막히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후 한국은 이용래, 홍정호의 슈팅이 모두 골문을 통과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나가토모만 실축하며 3대 0으로 승부차기를 마무리지었다.
한편 한국 축구의 간판 박지성은 이날 경기로 A매치 100경기에 출장해 한국에서 8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2000년 4월5일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라오스와 아시안컵 1차 예선에서 첫 A매치를 치렀던 박지성은 지금까지 100경기에서 13골을 터뜨렸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