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압적 물가 잡기 그 이후가 문제다

입력 2011-01-25 18:21

최근 일부 생필품 가격이 하락세다. 정부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래 실질적인 성과가 나타난 셈이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국에 유통되는 생필품 79개 품목의 241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10개 중 6개가 내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번에 조사된 생필품 가격의 일부 하락세는 겉보기에 해당 기업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 같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도 생필품 물가를 잡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결과 일부 업체들이 가격을 내린 것으로 판단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을 동원해 주요 식료품 가공업체의 담합, 불공정행위 그리고 불합리한 가격 책정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한 결과라는 얘기다.

담합 등을 통한 가격 인상은 당연히 뿌리 뽑아야 한다. 다만 당장의 가격 인하가 서슬 퍼런 정부의 의지를 피해 가려는 이른바 눈치보기에 불과하다면 그 효과는 오래 갈 수 없다. 조금이라도 정부의 압력이 느슨해지면 미처 반영하지 못했던 가격 인상분까지 한꺼번에 오를 수도 있다. 게다가 수입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심상치 않아 물가 압력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관세청의 ‘1월 중 주요 원자재 수입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으로 지난달 같은 날까지를 비교하면 t당 옥수수 가격은 전월 대비 291.8%, 제분용 밀은 353.2%나 급등했다. 원당은 전월 대비 가격이 횡보를 유지했으나 이미 사상 최고 가격으로 치솟았던 지난해 봄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형편이다. 원유의 경우는 전월 대비 5.1% 오르면서 배럴당 89.4 달러를 기록, 지난해 8월 이후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물가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원가 오름세가 계속 되는 상황에서는 행정력에 의한 대응엔 한계가 있다. 강압적 물가 잡기 그 이후가 우려되는 이유다. 꾸준한 불공정행위 조사와 더불어 수급 조율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