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4위 대한해운 ‘회생절차’ 신청

입력 2011-01-25 21:19


국내 4위권 선사 대한해운이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이 회생 신청을 기각하면 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

대한해운은 25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고가에 빌렸던 선박 용선료와 악성 채권 및 최근 벌크 시황 악화가 부담이 됐다”면서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1968년 설립된 대한해운은 포스코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과의 철광석 및 석탄 장기계약 운송물량이 많은 벌크선 주력회사다. 이진방 대한해운 회장은 현재 한국선주협회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선사로부터 선박을 빌려오고 다시 이를 다른 중소 선사에 빌려주고 대선료를 받는 용·대선 사업이 발목을 잡았다. 회사 측은 “해운경기가 좋았던 2007∼2008년 장기 용선을 대거 늘렸지만 해운시황이 급락하면서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고가의 용선료로 적자를 봤다”고 말했다. 석탄과 철광석 등을 수송하는 벌크선을 주로 운용해온 대한해운의 180여척 보유 선박 가운데 140여척이 용선이다.

대한해운은 분기별로 4000억여원을 용선료로 부담해온 반면 해운시황이 나빠지면서 중소 선사에 빌려준 대선료는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2009년 488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약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대한해운은 용선료 지급에 어려움을 겪자 최근 두 달 동안 용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인 벌크선 시황이 약세인 것도 회사 상황을 어렵게 했다. 지난 22일 세계 벌크선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BDI지수는 1345로 2009년 2월 4일(1316)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한해운이 앞으로 인수할 선박이 7척인 만큼 조선업계에도 파장이 전망된다. 대한해운은 대우조선해양에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 STX조선해양에 VLCC와 벌크선 각 1척, 현대중공업에 벌크선 1척을 발주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선박이 완성 단계에 있어 대금 납기 지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면 STX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은 아직 선박 건조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한해운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한 달쯤 후에 결정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시가총액 4139억원인 대한해운의 주식 거래를 정지시켰다. 또한 대한해운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이 보유한 여신은 1200억여원으로, 모두 용선과 관련된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