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역학조사 발표] 가축 모두 살처분한 농장주 버젓이 외부 출입

입력 2011-01-25 22:01


정부가 25일 구제역 발생 농가에 책임을 묻기로 한 것은 농가의 안이한 방역의식이 구제역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아 가축을 모두 살처분한 농장주가 버젓이 외부 출입을 하는가 하면, 사료관리법을 위반해 조류 인플루엔자(AI)를 초래한 경우도 있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신발이나 의복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이 60∼100일이나 된다. 축산업 종사자들의 개인위생과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개 고양이 쥐 등도 구제역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의 청소와 소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 가운데 상당수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경기 북부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AI도 인재(人災)나 마찬가지다. 농장주가 닭에게 먹일 음식물찌꺼기를 마당에 펼쳐놓고 건조하는 동안 야생조류가 날아들었고, 야생조류의 분변을 통해 AI가 감염됐다.

규정에 따르면 음식물찌꺼기를 사료로 사용할 때 10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처리해야 하지만 이 농장주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열처리 과정을 무시했다. 경기도는 해당 농가를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도록 파주시에 통보했다. 도내 31개 시·군에 대해 전수 조사해 불법행위가 적발될 경우 고발하도록 지시했다.

강원도가 구제역 발생 지역과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사료공급 차량을 운행한 농협사료 대표를 최근 경찰에 고발한 것 역시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도는 지난해 12월 사료차가 구제역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고 구제역 발생 지역과 발생하지 않은 지역을 구분해 운행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나 농협사료 측은 사료를 운반하는 벌크차량 수가 모자란다는 이유로 구제역이 발생한 춘천과 화천, 양구 지역을 다녔던 차량을 삼척과 고성, 영월, 평창에도 운행해 왔다.

그중 농협사료를 제공받은 삼척과 영월의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농협사료 관계자는 “차량 운행대수는 제한돼 있고 농가는 많은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사료운반 차량이 구제역의 원인이라고 단정짓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앞선 23일 전남 나주시는 고병원성 AI 발생 경계지역 안에서 병아리를 대량 입식한 5개 농가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 농가는 AI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시중 닭고기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 방역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40여만 마리의 병아리를 입식했다.

같은 날 충북 제천시는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고 시의 이동제한 명령을 어긴 혐의(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로 농장주 A씨(52)를 경찰에 고발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