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역학조사 발표] 첫 의심신고 ‘음성’ 오판 결정타

입력 2011-01-25 22:01

꼬박 두 달 가까이 전국을 휩쓸고 있는 구제역 사태는 결국 첫 발생지인 경북 안동에서의 초기 대응 미흡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5일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전파경로 분석 결과 뒤늦은 초기 대응과 추운 날씨로 인한 방역의 어려움 등이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불러왔다고 밝혔다. 특히 안동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왔을 때 방역 당국이 간이 검사만으로 음성으로 오판한 것이 큰 실책이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안동 최초 발생은 11월 중순”, 방역까지 2주 시차=안동의 돼지농가에서 처음 구제역 의심신고가 나온 것은 지난해 11월 23일. 당시 해당 지역 방역팀이 현장을 조사했지만 항체 형성 여부를 보는 간이 키트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이유로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5일 후인 28일 같은 곳에서 들어온 구제역 의심신고는 결국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이때부터 차단 방역을 실시했지만 빠른 전파력을 가진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주변 농가를 오염시킨 뒤였다.

주이석 검역원 질병방역부장은 “구제역에 걸렸어도 항체 형성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항체 키트 검사는 확실치 않다”면서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으면 바로 신고해 검역원에서 항원 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게 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검사해 보니 해당 양돈단지 내에서는 감염 항체가 검출돼 이미 11월 중순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동제한 등 방역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2주가 넘는 시차가 있었던 것이다. 안동의 경우 이전에 구제역 경험이 없어 방역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았고, 집성촌이 많아 축사 간 교류가 많았던 점도 경북 북부 지역 확산에 불을 당긴 것으로 분석됐다.

◇한번 놓치고 나니 이후 예방 차단은 불가능=뼈아픈 일은 또 있었다. 안동에서 구제역 발생 파악이 늦어지는 사이 경기도 파주의 분뇨처리 기계 업자가 11월에만 두 번이나 안동 발생 농가를 다녀온 것. 이를 통해 파주로 퍼진 구제역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 14일이었다. 보름 이상 방치된 사이 구제역은 겉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포천 등 북부 지역에서 사료 차량 등으로 강원도 화천에 전파된 구제역은 역시나 사료 차량을 통해 산발적으로 강원도 지역을 옮겨 다니다 횡성 등 양돈단지로 퍼졌다. 이들 지역과 가까운 경기도 여주·이천 등 경기 남부 지역으로 퍼져간 구제역은 위탁사육, 정액배송, 여러 모임과 사료 배송 등의 경로를 통해 천안 등 충청 지역으로까지 확산됐다.

◇철저 방역 거듭 당부…농가에 책임 전가 지적도=당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개별 농가의 철저한 방역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구제역이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예방접종도 실시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 후에도 최소 한 달간 강력한 차단 방역과 소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 정부의 방역에 허점이 있었던 상황에서 여전히 농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