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법관 이원화’ 앞두고 판사들 잔뜩 긴장

입력 2011-01-25 18:11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 A씨(사법연수원 23기)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법관 인사를 앞두고 끊었던 담배를 최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A씨는 대법원이 법관 이원화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뒤 처음 시행되는 이번 인사에서 고법 판사를 지원했다. 그는 25일 “아이를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 추첨을 기다리는 학부모 심정”이라며 “주변에는 지원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23∼25기 판사 230여명을 대상으로 한 법관 이원화 인사를 앞둔 요즘 당사자들은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법관 이원화 제도는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제시한 사법개혁안 중 하나다. 법관의 수직적 인사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다. 현재 판사의 인사구조는 지법배석판사, 지법단독판사, 고법배석판사, 지법부장판사, 고법부장판사 순으로 이뤄진다. 이를 깨고 지법과 고법 판사를 분리해 뽑은 뒤 한번 고법에 가면 계속 고법 판사로 재직해야 한다. 판사의 독립성, 전문성이 강화되고 고법부장 승진 누락으로 유능한 판사가 그만두는 폐해도 사라질 것이라는 게 도입 취지다.

하지만 막상 법관 이원화 인사가 코앞에 닥치자 당사자들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B판사는 “고법과 지법 판사로 몇 명이 지원했는지 대법원이 알려주지 않는다”며 “만일 이번 인사에서 내 희망대로 되지 않고, 다음번에도 또 떨어지면 사표 내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일선 판사를 대상으로 지법과 고법 판사 선호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5대 5로 비슷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항소심을 맡는 고법 판사가 경력이 오래된 것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어 판사들은 은근히 고법에 있기를 바란다는 후문이다. 대법원은 고법에 가야 할 판사와 지원자가 각각 몇 명인지 함구하고 있다. 자칫 대상자 숫자를 공개할 경우 인사 문제로 판사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