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檢… 한화 수사 山으로 가나
입력 2011-01-25 21:35
한화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무더기 기각됨에 따라 서울서부지검의 ‘한화 비자금’ 수사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법원이 저 정도로 영장을 기각하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나왔다. 한화 관계자들 줄소환과 전방위적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으로 김승연 회장을 압박했던 수사방식이 정도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4개월 동안 고강도 수사를 펼쳤다. 피의자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된 한화 관계자만 300여명. 이들이 검찰에 불려간 횟수도 800여 차례다. 많게는 30차례 이상 검찰에 소환된 한화 관계자도 있었다.
검찰은 또 한화그룹 본사와 계열사, 협력회사 등을 포함해 26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해서 검찰이 가져간 자료가 수백 상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6일 한화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비자금 의혹에 대해 공개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12월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세 차례 소환됐다. 김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도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김 회장에 대한 영장청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그룹 재무를 담당했던 홍동욱 여천NCC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검찰은 홍 사장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한화이글스 김관수 사장, 한화건설 김현중 사장 등 4명의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으나 이번에도 모두 기각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한화 측은 “비자금 수사에서 성과가 없자 진술을 받아내기 위한 압박전술로 영장을 청구하는 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검찰은 홍 사장 영장 기각 후 “이들의 횡령·배임·주가조작 등 범행으로 회사 측이 안은 손실이 5121억원에 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비자금 수사에서 그룹 전체의 비위행위로 수사가 확대됐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범죄사실이 보통 2∼10쪽이라면 한화는 훨씬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영장 무더기 기각으로 이번 수사에 대한 검찰 고위층의 우려가 깊어지고 재계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수사가 제 궤도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