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버그 美 국무 부장관 1월 26일 방한… 美·中 정상회담 이후 북핵 대응 보폭 맞춘다
입력 2011-01-25 21:51
남북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26일 새벽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행보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우리 측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만나 지난 19일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향후 북핵 문제 대응방안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먼저 그는 오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면담한다.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등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김 장관과 오찬을 한 뒤 청와대에서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을 면담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할 계획이다.
그의 방한은 미·중 정상회담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해 우려를 표한 만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해 북한을 더욱 압박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남북대화에 앞서 우리 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도 보인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양자보다 더 많은 당사자들이 있는 사안”이라며 “광범위한 국제적 우려를 일으키는 사안으로 단지 (미·북) 양자관계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양자관계를 통해 핵문제 등을 논의하겠다는 북한의 노선에 다시 한번 선을 그은 것이다. 또한 한국이 조만간 요구하게 될 남북 비핵화 회담에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라는 메시지를 북측에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그의 방한은 우리 측이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도록 주문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천안함·연평도 사태보다는 UEP 문제 등 북핵문제 해결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런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 사이에서는 6자회담에 앞서 남북대화를 해야 한다는 합의가 존재한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은 이 같은 원칙에 합의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북대화가 국익에 직결되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어느 정도 유연함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남북대화에 ‘투 트랙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다. 바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다루는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과 비핵화 진정성을 확인하는 당국자 회담이다. 김성환 외교장관은 25일 우리 정부가 북한에 요구하는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과 관련 책임 있는 조치에 대해 “어떤 문안이 됐든지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내용이 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가 고수해 온 원칙에서 물러날 뜻이 없으며, 남북대화를 중국이 바라는 6자회담이나 북한이 원하는 북·미대화의 들러리로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26일 저녁 일본 도쿄로 출국해 다음날 오전부터 일본 측과 협의를 벌일 계획이다. 28일에는 중국 베이징으로 넘어가 중국 외교의 실세인 다이빙궈(戴秉國) 국무위원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