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힘 실어주는 MB… 당은 셈법 달라 혼란
입력 2011-01-25 21:55
청와대발 개헌 재점화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제각각이다. 친이명박계는 이를 계기로 개헌 논의에 속도를 올릴 태세다. 반면 친박근혜계와 야당은 여전히 개헌 현실화에 부정적 시각이 많다.
◇달라진 청와대=청와대의 개헌 기류에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거리두기’에서 이제는 ‘논의가 필요하며,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방향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23일 회동이 계기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헌 문제를 권력구조만 갖고 논의하면 정략적으로 비칠 수 있다. 기본권 조항이나 여성 문제, 기후변화 등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 문제는 청와대가 나서기보다 국회에서 잘 논의해야 한다. 개헌 문제가 여당 내 헤게모니 싸움처럼 비치면 곤란하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청와대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국회가 논의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2009년, 2010년 8·15 경축사에서 개헌 문제를 언급했지만 올 신년 특별연설에서는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개헌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어떤 식으로든 개헌 문제의 결론을 지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변화한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의 설득에 이 대통령이 귀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속도 내는 친이계=이 장관과 친이계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됐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이 원론적인 언급을 통해 이 장관의 개헌론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장관 측 핵심 의원은 “개헌이 그동안 이 장관의 ‘단독 드리블’로 알려졌지만 이번에 이 대통령이 확실한 사인을 낸 것 아니냐”며 “계파 싸움보다는 정치 선진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장관 측은 계파 간 이해를 떠나 논의하자며 친박계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이 장관은 친박계 의원들과 계속 만나면서 개헌 필요성을 역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개헌 논의가 ‘계파 줄세우기’라는 주장이야말로 정파적 관점에서 개헌론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친이계 의원 모임 ‘함께 내일로’의 26일 조찬 회동과 이군현 의원이 27일 개최하는 개헌 관련 토론회가 개헌 찬성론자들 결집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인 친박계와 야당=하지만 친박계와 야당의 입장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은 “개헌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이라며 “정략적 개헌이 통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들도 개헌론의 정치적 의도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당내 중도파와 소장그룹도 개헌 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개헌은 세종시 논란보다 폭발력이 10배나 되는 사안”이라며 “박 전 대표가 반대하고 있는데 과연 되겠느냐”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도 “세종시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이 개헌에 힘을 실어도 당내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고 개헌을 관철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이미 “개헌은 정권 연장을 위한 술책”이라며 현 정부 임기 내 개헌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다. 민주당 내 일부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 역시 현 시점의 개헌 논의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도영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