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 없었다” 몇번씩 장담하더니… ‘양치기 소년’ 된 김무성
입력 2011-01-25 18:08
지난 23일 당·청 극비 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개헌 논의를 제대로 해 달라”고 주문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졸지에 ‘거짓말쟁이’가 됐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다음 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헌 논의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통령이 개헌을 연상하게 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느냐’고 거듭 묻자 “혹시 그런 말씀하실까 해서 유심히 봤는데 없었다. 내 말을 믿어라. 이건 정말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거듭 장담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말은 하루 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는 25일 다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회동 당시) 감기로 몸이 안 좋아서 화장실을 왔다갔다했다. 대통령이 평소 하던 얘기여서 기억을 못했다”고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는 “(개헌 이야기는 대통령이) 지나가는 말로 쓱 하신 것이었고, 그날의 주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개헌은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밀실에서 몇 사람이 대통령 지시를 받아 논의해 놓고, 안 했다고 부인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개헌 논의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돈다.
이전에도 김 원내대표는 유독 청와대 관련 얘기만 나오면 모른다고 버티거나, 발뺌하는 태도를 보였다. 여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권고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과 만났을 때도, 이번 청와대 안가 회동 직후에도 아예 만남 자체를 부인했었다. 그리고 외부에 알려지면 ‘나로선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당내에선 그의 ‘청와대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원내대표가 차기 당 대표를 하고 싶어 청와대 비위를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개헌 지시나 듣고 와서야 수평적 당·청 관계가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