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여당, 고개숙인 남자되면 대통령 성공할 수 없어”

입력 2011-01-25 18:08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23일 당·청 비공개 만찬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과정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여당이 대통령 앞에 가면 자꾸 작아지는 고개 숙인 남자가 돼서는 대통령이 성공할 수 없다”고 25일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안가에서 만찬을 한 후 대통령께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라고 했다는데 초등학생이 잘못하고 담임선생한테 용서를 비는 것이냐”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가 이렇게 집권 여당과 국회를 무시할 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우리는 대통령에게 제대로 얘기할 수 있는 집권 여당의 대표를, 여당·야당과 국회를 존중해 주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차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말만 들으면 나라는 독재국가가 된다”며 “차라리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대국민 여론조사를 했더니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40.4%, ‘대통령이 지명철회를 해 달라’는 요구가 29.7%, ‘대통령이 임명해야 한다’가 12.0%였다”며 “국민 반대가 70%를 넘는 최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어떤 경우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지경위원장인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이 대통령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한 사실을 소개하며 “대통령의 전화에는 진정성이 실려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야당과 국회를 무시하지 않고 이런 문제를 직접 설득하는 것에 대해 솔직히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요청을 들어드리지 못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여권은 대통령의 이런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내지는 행동을 정쟁에 활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