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모두 죽일거야” 소리친 직후 굉음… 210여명 사상 모스크바 공항 테러 이모저모
입력 2011-01-26 00:49
“모두 죽여 버릴 거야!”
테러범의 외침이 있었고 잠시 후 폭발음이 났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에서 24일 오후 4시32분(현지시간) 발생한 자폭테러 사건으로 25일 현재 35명이 사망하고, 180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 40여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는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사건 장소는 국제선 입국 터미널 대합실 부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테러 배후로 러시아 남부 북캅카스 지역 반군을 지목했다.
◇처참했던 현장=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은 러시아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현대화된 국제공항이지만 보안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26명 가운데 8명은 외국인으로 밝혀졌다. 영국인 2명과 독일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인 각 1명이 포함됐다.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테러사건 생존자들은 당시 현장이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설명했다. 폭발물이 터지면서 공항 내부는 희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바닥엔 공항 이용객들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한 여행객은 현지 라디오 방송에 “경찰관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떨어져나간 살점들을 뒤집어쓰고 있는 걸 봤다”고 말했다.
◇테러범은 아랍계로 추정, 러시아 테러 비상=영국 BBC 방송은 폭발물 강도가 TNT 7㎏에 상당하는 규모였고, 피해 확대를 위해 철제 파편들이 들어 있었다고 전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테러범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랍계 외모의 30∼35세 남성 머리 부분이 발견됐다고 보안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테러범을 봤다는 택시운전사 아르툠 질렌코프는 AP와의 인터뷰에서 “몇 m 떨어진 곳에 한 남자가 가방을 들고 서 있었고 몸에서인지 가방에서인지 뭔가 터졌다”면서 “남자의 몸은 갈기갈기 찢어졌다”고 설명했다.
테러에 가담한 범인 수는 추정이 엇갈린다. 감시카메라 분석 결과 3명으로 파악됐다는 보도가 있고, 남녀 2명이 공범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러시아는 테러 비상이 걸렸다. 당장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과 2018년 월드컵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게 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키 위해 스위스 다보스를 방문하려던 계획도 연기했다. 그는 “공항 보안 유지에 명백한 위반이 있었다”면서 “테러리즘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보스 포럼에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려던 러시아가 이미지에 큰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도모데도보 국제공항은 25일 오전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으나 보안은 한층 강화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