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잘한 것만 말하는 외교부
입력 2011-01-25 18:01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지난 21일 오전 기자실을 방문해 ‘희소식’을 전했다. 지난해 국가정보원 직원 추방 사건에 연루돼 리비아에서 6개월 이상 억류 중이던 선교사 구모씨와 농장주 전모씨가 재판 없이 국내로 돌아오는 게 확정됐다는 내용이었다. 전날 오후 6시 리비아 당국과 최종 협의를 완료한 뒤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에 알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 14∼15일 같은 리비아에서 발생한 현지 주민들의 한국 건설업체 공사장 습격 사건은 사건이 일어난 지 10여일이 지나서야 국내에 알려졌다. 그것도 외교부가 아닌 피해업체발(發)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그 전까지 외교부는 한국 근로자 1명이 다치고 100여명이 피신한 ‘사태’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외교부는 사안이 심각하지 않고 수습 국면에 들어가 언론에 알리지 않았을 뿐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소말리아 해적과 관련한 외교부 태도도 이중적이다. 성공리에 끝난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 대해서는 군사작전을 결정한 이유 등 배경 설명까지 곁들어 상세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반면 우리 국민 2명이 억류된 금미305호 사태는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물론 성공적인 석방 협상을 위해서는 언론에 자꾸 이 문제가 언급되는 게 도움이 안 된다는 외교부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금미305호가 국내에서 폐업신고를 한 불법 어선이고, 소말리아 위험해역에서의 어업행위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설명이 이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해적 소탕에 공헌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뿐 아니라 불법 어업을 하다 해적에게 억류된 금미호 김대근 선장도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300만명의 재외국민 보호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에도 적잖은 역할을 한 외교부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잘한 것만 도드라지게 하려는 외교부의 태도는 최근 김성환 장관이 강조한 ‘공정 외교부’와는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