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他者를 위한 교회’ 인문학에 그 길을 묻다… 초교파 전국 목회자 ‘인문학 독서모임’

입력 2011-01-25 17:56


“저는 왜 바쁘신 목사님들이 이렇게 모여 인문학을 공부하시는지 궁금해서 발제를 맡았습니다.”

‘2011년 전국 목회자 인문학 독서 모임’이 열린 24일 오후 서울 신촌동 연세대학교 알렌관에서 발자제로 참석한 이 대학 국학연구원장 백영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는 목회의 길을 인문학에서 찾고자 하는 목회자 50여명이 참석해 있었다. 특히 최근 기독교가 받는 사회적 비판의 근본적 원인을 인문학을 통해 발견코자 하는 시도들이 눈에 띄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이 주최한 이 행사는 2008년 말부터 서울 인천 대전 강릉 등 네 지역에서 초교파로 진행돼 온 ‘목회자 인문학 독서 모임’의 연례 전국 모임이다. 평소에는 매달 인문학 책을 읽은 뒤 저자 강의를 듣고 의견을 나누는 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날은 특별히 인문학자, 신학자, 목회자들이 나와 인문학과 목회의 접점을 찾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서울대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목회자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시대 흐름에 따라 세상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다면 50년 후를 예측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당장 못하게 해야 한다’고 반응해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배 교수는 “세계의 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막 옮겨가고 있는 지금, 한국 목회자들이 성서를 동양인의 관점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재발견, 재해석한다면 문명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는 “인문학과 신학은 곧 ‘인간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특히 요즘 교회가 비판과 추문에 시달리는 현상을 “오늘날 교회가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기독교가 타자에 비추어진 자기 모습을 성찰하려면 인문학이 치열하게 고민하는 우리 시대 이야기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는 “인문학적 통찰이 없다면 어떻게 목회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목회자가 신학생, 교수와 달리 어려움을 겪는 것은 ‘먹고 자고 울고 싸우며 살아가는 현실 그대로의 인간’과의 관계 때문이라며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사랑을 가지려면 목회자는 반드시 인문학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리학과 고재길 교수는 독일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가 진정한 교회의 의미를 ‘타자를 위한 교회’로, 나사렛 예수를 ‘타자를 위한 인간’으로 규정했다면서 이는 인문학의 관심사인 ‘어떻게 사람이 사람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와 상통하는 맥락이라고 해석했다. 고 교수는 최근 일부 목회자의 스캔들, 교회의 물량주의, 공격적 선교방식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상기시키면서 “신학은 시장경제 지상주의에 기초한 학문들보다는 인간의 존엄성, 삶의 궁극적 의미 추구, 생명의 가치와 관련된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NCCK 선교훈련원은 현재의 4개 지역 외에도 목회자 인문학 모임이 구성되거나 지역 주민에게 인문학 강의를 열고자 하는 교회가 있을 경우 후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