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는 야생화, 무기 든 요정이 말하는 인생… 김희재·소현우 초대전 ‘재회’
입력 2011-01-25 17:58
서울 인사동 화랑가 중심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는 전시장 규모나 시설 등 여러 측면에서 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갤러리 중 하나다. 한 해 동안 이곳에서 숱하게 열린 대관 전시 가운데 대중성과 작품성에서 호평받은 두 작가를 선정하는 인사아트센터 기획초대전 ‘재회’는 작가에게도 영광이지만, 관람객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전시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재회’는 올해도 미술계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작가 2인으로 구성됐다. 28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2월 3일 설날은 휴관) 열리는 이번 초대전에는 야생화를 소재로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중진 작가 김희재(60)씨가 1층 전시장에 유화 20여점을, 2층 전시장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동화의 허구성을 나타내는 젊은 작가 소현우(33)씨가 조각 5점을 각각 선보인다.
2001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라이얼스 갤러리의 워크숍에 초대돼 전시회를 가진 김씨는 2004년 한국국제미술아트페어(KIAF) 때 피천득 시인으로부터 ‘최고의 작가’라고 칭찬받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억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꽃과 풀이 피고 지는 과정을 세밀한 붓질로 그려낸 그의 작품은 생로병사의 인생 파노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기억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 내가 받은 감동적인 기억을 그림에 펼쳐놓는다. 아름다움, 슬픔, 고통, 그리움, 환희, 사랑 등에 대한 격정을. 나의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으로 기억되도록 바란다.” 학창시절 문학을 꿈꾸기도 했다는 작가는 자신의 마음 속 깊이 깃든 서정적이면서도 사색적인 이미지를 관람객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한다.
조각가 소씨는 동화 속의 요정이나 주인공들을 작품의 캐릭터로 설정한다. 그들이 장착하고 있는 막강한 무기들은 귀여움과 폭력성, 감정이입과 무심함 등 대조적인 가치들을 연결시킨다.
그의 ‘잔혹동화’ 시리즈는 행복을 좇으면서도 현실에 눈 감아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자본이 영혼을 잠식하는 세상의 잃어버린 동화”라고 설명했다(02-736-102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