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우리 시대 의인들
입력 2011-01-25 17:51
“마지막까지 자신의 본분을 다하고 돌아가신 아름다운 분이네요.”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이 시대의 의인이군요.”
지난 18일 미끄러져 내려오는 통학버스를 몸으로 막아 학생들을 구하고 숨진 운전기사 김영인(53)씨 이야기가 알려지자 누리꾼들이 인터넷에 올린 추모 글이다. 김씨는 광주 남구 진월동의 한 학교 앞 도로에서 자신이 세워둔 버스가 학생 8명을 태운 채 미끄러져 내려오자 이를 온몸으로 막아내려다 바퀴에 깔려 결국 숨졌다.
이웃을 돌아보지 않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김씨는 소중한 생명을 아끼지 않았다. 가슴 뭉클하고 안타까운 사연이다. 남구는 김씨를 의사자(義死者)로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그에게 빚을 졌으니 당연히 의사자로 예우할 일이다.
지난해 투철한 희생정신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은 한주호 준위다. 해군 특수전여단 출신으로 천안함 구조 작업 중 순직해 온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한 준위의 숭고한 삶은 3월부터 보급되는 초등학교 6학년 도덕교과서에 학습사례로 실린다. 아울러 ‘한주호상(賞)’이 제정된다니 반갑다. 순직 1주기인 3월 30일 특수전 요원을 선정해 시상할 예정이라고 한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2010년 사회적 의인’으로 선정한 인물은 한 준위 등 7명. 여기에는 지난해 10월 일본 도쿄 네즈(根津)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시민을 구한 한국인 유학생 이준(33)씨도 포함됐다. 이씨는 일본에서 ‘제2의 이수현’으로 불린다.
고(故) 이수현. 2001년 1월 26일 도쿄 신오쿠보(新大久保)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한국인 유학생이다. 만 26세였던 이씨의 의로운 죽음은 한·일 양국 국민에게 크나큰 감동을 줬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바뀌는 등 양국 관계 개선에도 기여했다. 일본에선 ‘이수현 장학회’가 2002년 설립됐고, 그를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이어져 왔다. 그만큼 값진 희생이었다.
벌써 10년이 흘렀다. 10주기 추모식이 ‘이수현 의인 문화재단 설립위원회’ 주관으로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26일엔 이씨 모교가 있는 부산과 도쿄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된다.
살신성인을 실천한 이들은 우리 사회의 귀감이다. 이들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귀중하다. 이기주의가 판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희망을 본다. 이들의 고귀한 죽음을 기리고, 기억하고, 기록하자. 숭고한 희생정신이 후대까지 계승될 수 있도록.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