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린다 프릴씨, 미국인으로 국내서 첫 장기기증… 마지막 ‘한국인 사랑’

입력 2011-01-25 18:29

경기도 의정부 국제크리스천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미국인 린다 프릴(52)씨. 그녀는 누구보다 한국과 한국인을 사랑한 여인이었다. 죽음 앞에서도 한국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변함없었다.

린다 프릴씨는 지난 20일 수업 중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겨졌고 21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국제크리스천학교 교장인 남편 렉스 프릴씨는 병원 측의 뇌사 판정이 있자마자 평소 부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린다 프릴씨는 다음날 간과 신장, 각막 등 장기를 기증하고 22일 오전 2시 영면했다.

고인의 장기 기증으로 한국인 5명은 새 생명을 얻었다. 장기는 만성 신장질환을 가진 2명과 간질환을 가진 환자 1명에게 이식됐다. 각막은 24일과 25일 2명에게 이식돼 그들에게 새 빛을 선사했다. 골조직과 피부 등 인체 조직은 검사를 거친 뒤 적합성이 검증되면 화상과 골암 등의 질병으로 고통 받는 100여명의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린다 프릴씨는 생전에 장기 기증을 희망했다. 때문에 남편은 아내가 뇌사 판정을 받자마자 기증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남편 프릴씨는 “장기 기증으로 사랑을 몸소 실천한 아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인이 우리나라 병원에 장기를 기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양철우 교수는 “장기 이식 시 인종 차이는 의학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같은 인종끼리 조직 유사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다른 인종 간에도 이식에 적합한 유사성이 있을 경우 충분히 이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린다 프릴씨의 장기 기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5명의 환자들은 빠른 속도로 회복 중이며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교수는 “프릴씨 부부의 값진 결정이 한국 이웃들에게 희망을 줬으며, 생명 나눔의 숭고한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적을 뛰어넘는 생명 나눔에 네티즌도 큰 감동을 받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생면부지 미국인이 한국에서 아름다운 실천을 보여줬다”며 사후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프릴씨 부부는 14년 전 한국으로 와서 외국인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교육 및 선교사업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