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센서스는 어떻게… 매년 1월 하순경 도래지 194곳 조사

입력 2011-01-25 17:25


“큰기러기 쇠오리, 청머리오리가 있습니다. 고방오리도 추가요.”

전북 고창군 동림저수지 동쪽의 약간 높은 구릉에서 진선덕 연구원(국립중앙과학관 자연사연구실 소속)은 삼각대에 받쳐진 필드스코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철새를 그냥 보는 게 아니었다. 그는 연신 상의 주머니 속 계수기를 꾹꾹 누르고 있었다.

관찰자들은 대규모 군집의 개체수를 조사할 때 훨씬 더 적은 개체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진 연구원은 “철새가 앉아 있는 수면과 비슷한 높이에서 봤을 때 개체수를 과소평가하기 쉽다”면서 “겹쳐 있는 새들이 많기 때문인데 항공사진으로나 높은 곳에서 봤을 때는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진 연구원과 함께 철새를 관찰하던 김진한 박사(국립생물자원관 척추동물연구과 소속)는 “철새 수가 많지 않을 때는 한 마리씩 세지만 많아지면 한 눈에 4마리, 10마리, 20마리, 50마리, 100마리 단위로 군집을 묶어 카운트한다”고 말했다.

여러 종이 섞여 있을 때는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인 우점종부터 헤아린 뒤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다른 종을 찾는다. 가창오리처럼 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비상할 때 숫자를 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전문가적 숙련이 필요하고, 사진을 찍어 나중에 검증하기도 한다. 당연히 철새가 잠들었을 때 개체수를 세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철새센서스는 1999년 시작됐다. 매년 1월 하순쯤 3일간에 걸쳐 전국 동시조사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는 지난 21∼23일 조사원 192명이 전국 철새도래지 194곳을 조사했다. 박사 또는 박사과정 연구자로 충원되는 전문조사원과 대학교 생물전공 석사과정 학생이 대부분인 일반조사원이 2인1조를 구성한다. 사수와 조수로 구성된 도제시스템이다. 대학교와 관련연구소 인력이 대부분이지만 환경운동단체 전문가나 애호가들도 참여한다. 김 박사는 “일반조사원이 4∼5년 후 전문조사원으로 승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조사원인 진 연구원은 벌써 5년째 철새 센서스에 참가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노년인구 증가에 따라 탐조인구도 급속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탐조 애호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는 없지만 야생조류협회 등에 따르면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인구는 300∼400명에 이른다. 진 연구원은 “조류도감 판매실적을 보면 2000명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