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화폭에 되살려 논 구약시대 숱한 영웅들…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

입력 2011-01-25 17:34


창세기, 샤갈이 그림으로 말하다/배철현/코바나컨텐츠

‘색채의 마술사’ ‘화가의 날개를 가진 시인’ 등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며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자리매김한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의 작품은 마치 동화를 읽는 듯하다.

독창적인 심상을 시로 낭송하듯 화폭에 표현한 샤갈은 화면을 조각조각 나누어 구성하는 입체파와 강렬한 색채로 이야기하는 야수파의 영향을 받았지만 동시대 화가들과는 다른 독창적인 미술양식을 추구했다. 샤갈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서커스, 연인 그리고 성서다. 샤갈이 다른 화가들과 구분 짓게 한 지점은 성서를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다.

샤갈은 1950년부터 성서의 인물들이 그의 영혼을 자극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샤갈은 성서인물들의 몸짓, 그들의 열정, 그들의 슬픔과 희망을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큰 그림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는 인생의 황혼기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적인 삶의 원천이 되었던 성서, 특히 창세기와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2∼3m나 되는 커다란 화폭에 담았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성서 메시지’이다. ‘성서 메시지’는 샤갈이 69세에 그리기 시작해 81세에 완성한 연작이다.

아담, 노아, 아브라함, 이삭, 야곱, 모세, 다윗 등 성서인물들은 샤갈의 상상력을 통해 환상적으로 되살아났다. 이러한 샤갈의 성서 그림은 성서를 새롭게, 그리고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진정성을 담아 그렸기 때문에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샤갈의 성서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의 유대인성을 이해해야 한다. 유대인들은 경전을 독특한 방식으로 읽는다. 경전의 행간을 읽어 말로 전한 ‘구전 경전’이 있다. 샤갈은 성서 그림을 그렸던 렘브란트나 라파엘 등 유럽의 화가들이 보지 못한 경전을 과감히 화폭에 담았다. 샤갈은 20세기 초 유럽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는 구별되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인류 보편의 고통의 상징이자 진리로 받아들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성서에 매료되었습니다. 나는 성서야말로 시대를 불문하고 시문학의 가장 위대한 원천이라고 믿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믿습니다. 이후 나는 늘 성서를 삶과 예술에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성서는 자연의 메아리이며, 내가 전달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 비밀입니다.” 샤갈이 1973년 국립마르크샤갈성서미술관을 개관했을 때 한 말이다.

책은 프랑스 니스에 있는 ‘국립마르크샤갈성서미술관’에 소장된 샤갈의 ‘성서 메시지’ 연작에 대한 해설이다. 샤갈이 성서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했는지에 주목한다. 저자는 성서의 행간을 읽고 성서에 자기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해석을 그려 넣은 유일한 화가를 샤갈로 보고, 그의 성서 작품 세계를 치밀하게 들여다보았다. 더불어 샤갈의 ‘성서 메시지’를 보는 일곱 가지 시선을 제시해 난해한 샤갈 그림의 이해를 돕는 길잡이를 제공한다.

샤갈의 성서 그림에 대한 해설과 그와 관련된 히브리어 본문의 구체적인 용어 설명으로 1부를 구성하고 있다. 2부에서는 샤갈의 그림을 보는, 혹은 샤갈의 정신과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일곱 가지 시선을 제안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