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영성의 길

입력 2011-01-25 17:31


(29) 영적 등정

영적 성장은 등산과 같다. 산은 영성과 관련하여 자주 비유되는 성경적 은유다. 산은 우선 정상이라는 목표가 있다. 정상은 그리스도의 완전함이다. 완전 혹은 완덕은 영적 등정의 중요한 목표이다. 성경은 우리의 영적 성장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의 충만한 데까지”(엡 4:13)라고 말한다. “그에게까지 자라는 것”(엡 4:15)이 영적 성장의 목표이다.

우리는 과연 그리스도에게까지 자랄 수 있을까? 역사상 가장 예수님을 닮은 사람이 성 프란체스코라고 한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프란체스코에게 말했다. “선생님, 사람들이 말하기를 선생님이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합니다.” 이때 프란체스코가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죄인 프란체스코를 볼 수 있을 것이요.” 그렇다. 누구도 예수님에게까지 자란 사람은 없다. 그뤼셀이 말한 대로 성인은 우리보다 더 많이 회개하는 죄인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가 예수님처럼 될 수는 없지만 예수님에게 가까이 가려는 열망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존 클리마쿠스의 ‘하나님께 오르는 사다리’는 그리스도의 완전함에 이르는 과정을 총 30단계로 설명한다.



영적 등정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요 이를 위해 필요한 덕은 순종이다. 마지막 30단계, ‘믿음, 소망, 사랑’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부단히 정진해야 한다. 그는 이렇게 권면한다. “오르시오, 나의 형제들이여, 열심히 오르시오. 그리스도도 30번째 계단까지 다 오르셨습니다.”

영적 등정은 정상을 향하여 오르고 내려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산에 오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현실을 떠나야 한다. 산에 오를수록 하늘은 가까워지고 세상은 멀어진다. 등산은 세상으로부터의 이탈과 물러남의 영성을 대표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따르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만난다.

영혼의 어두운 밤도 있고 헤어나기 어려운 영적 침체도 경험한다.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싸우며 나아가야 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영적 등정의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고통과 담대히 맞서라고 말한다. 그것은 가장 쉬운 길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길에 대한 도전이다. 또한 그것은 가장 즐거운 것이 아니라 가장 참혹한 것에,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라 가장 유쾌하지 못한 것에, 쉼이 아니라 힘든 수고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장 큰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것에, 순간적으로 가장 좋은 것이 아니라 가장 나쁜 것에 대한 믿음의 의지요 노력이다. 영적 등정은 이러한 고통을 이기고 정상에 선 자에게 주는 기쁨의 선물이다. 정상을 향해 가는 길에는 큰 장애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나의 약점뿐 아니라 나의 장점이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밖에서 오는 시험보다 안에서 일어나는 유혹이 더 큰 장애물이 될 때가 많다. 영적 등정은 드 살레의 말대로 늑대나 곰보다 벼룩이 더 위험하다. 살인을 피하기는 쉬우나 작은 욕정을 제어하기가 어렵다. 간음을 피하기는 쉽지만 사랑의 곁눈질을 피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큰 시험뿐 아니라 작은 유혹에 맞서 싸울 준비가 필요하다. 감정의 기복도 극복해야 한다. 낮에는 자만하지 말아야 하고 밤에는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영적 등정은 그리스도의 완전함에 이르는 성도의 영광스러운 삶의 목표이다.

이윤재 목사<한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