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날개단 랩어카운트… 폭발적 성장세 어디까지
입력 2011-01-25 21:17
최근 시장의 관심은 랩 어카운트(Wrap account:맞춤형 고객자산 관리 서비스) 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지에 쏠려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랩 시장은 2005∼2007년 공모 주식형펀드의 초기 국면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월평균 5000억원 안팎에 그쳤던 투자자문사의 랩 잔고는 올해 들어 훨씬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1월 증가분이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지난 2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순매수액이 2조3000여억 원에 달한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의 매수종목군이 최근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량 대형주 중심이라는 점에서 상당 금액이 랩 자금으로 추정된다. 결국 1월 랩 잔고는 수조원대 증가세가 예상된다. 랩 시장이 증시 주요 관심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랩 시장이 이제 태동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05∼2007년 펀드 열풍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었다면, 지금은 랩 시장의 확대가 새로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2년간 주식시장은 철저하게 외국인 투자자에게 의존하는 유동성 장세였다. 이에 따라 시장은 ‘외국인의, 외국인에 의한, 외국인을 위한’이라는 평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시장을 외면했던 개인 투자자 자금이 랩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외국인 매수세와 개인 자금의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랩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한국 증시는 한 단계 레벨 업될 수 있을 것이다.
랩은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규제 완화 및 다양성을 이미 상당 부분 수용한 금융상품이다. 더 설명하자면 헤지펀드의 초기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헤지펀드는 투자 대상과 기법을 자유롭게 선택해 시장의 변동과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회사 또는 금융투자상품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3월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면서 헤지펀드를 운영할 수 있는 법률적 기초는 마련됐으나 제한 규정이 까다로워 아직 본격적인 헤지펀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는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이미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등 국내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그러나 최근 랩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헤지펀드의 시대가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며, 국내에 헤지펀드가 도입될 경우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 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