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숨이 멎을 듯… 눈부신 ‘설원의 곡예’

입력 2011-01-25 17:46


한겨울 익스트림 스포츠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23일 오후 강원도 횡성의 한 스키장. 휴일을 맞아 설원을 가득 메운 스키어들 사이에 유독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있는 곳이 보인다. 가파른 슬로프 위에 한 사내가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다. “출발!” 구호와 함께 사내는 미끄러지듯 슬로프를 내려와 공중으로 솟구친다. “와!” 짧은 탄성 뒤 숨이 멎은 듯 찰나의 적막이 흐른다. 이내 사내는 아찔하게 회전하는가 싶더니 눈 위에 사뿐 내려앉는다. “브라보!” 주변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온다.

이들은 프리스타일 스키, 스노보드 동호회원들이다. 프리스타일은 전통적 노르딕 스키나 알파인 스키에서는 볼 수 없는 백플립(공중제비)이나 트위스트(공중비틀기), 턴(회전) 기술 등 화려한 개인기를 선보이는 익스트림 스포츠로 ‘설원의 곡예’라고 불린다.

익스트림스포츠(Extreme sports)는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 가지 묘기를 펼치는 레저스포츠를 통칭하는 말이다. X게임, 위험스포츠, 혹은 극한스포츠라고도 한다.

국내 스키장의 경우 대부분 파크를 운영해 X스포츠 마니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파크(Park)란 스키장 슬로프에 상자, 레일, 모글(눈이 쌓여있는 둔덕), 키커(점프대), 하프파이프 등 각종 구조물을 설치한 코스다.

이들은 화려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동호회를 결성해 합숙 훈련을 한다. 아마추어 대회나 동호회 간 열리는 경기를 통해 이들은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검증받는다. 개중에는 준프로 대우를 받으며 스폰서를 통해 장비 등을 지급받기도 하고, 동호회 수준을 넘어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전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난이도 높은 기술을 구사할수록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진다. 성우리조트에서 프리스타일 스키 학교를 운영하는 구창범(32) 코치는 “프리스키의 경우 부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자신의 능력에 맞는 난이도부터 연습해 차츰 수준을 높여야 한다”며 부상 방지와 안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들 스키어와 스노보더들의 모습에서 두려움은 찾아볼 수 없다. “너는 슛(Shoot)! 슛(Shoot)! 슛(Shoot)! 나는 훗! 훗! 훗!” 걸그룹의 댄스곡이 흥을 돋운다. 점프대에 올라 두 손을 벌려 멋들어지게 턴 하는 스키어들, 최상급 코스에서 능숙한 솜씨로 거침없이 내려오는 스노보더들. 도전의 설렘이 가득한 축제의 장이 펼쳐진다. 스키, 보드와 한 몸이 되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설원도 하늘도 모두 그들의 세상이 된다.

사진·글=이병주 기자 ds5ec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