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성장률 전망 한달만에 ‘상향’ 가능성

입력 2011-01-24 22:11


한국은행이 경제성장을 전망한 지 한 달 만에 이례적으로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좋아져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새해 첫 달부터 한 해 성장률의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최고 경제예측기관인 중앙은행의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성장률 조정의 운을 뗀 사람은 한은 김중수 총재다. 김 총재는 지난 19일 한국금융연구원 초청 강연에 이어 21일 시중은행장을 상대로 한 금융협의회에서 잇따라 “국내 경기가 예상보다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미국 경기를 예로 들며 “우리나라도 (성장률 전망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도 “경제가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의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감세법안이 나오면서 미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2011년 경제성장률을 4.5%로 전망했으나 벌써부터 정부 전망치인 5% 안팎까지 상향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 경제 전망치를 속속 높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종전 2.9%에서 3.6%로, 골드만삭스는 2.7%에서 3.4%로 각각 0.7% 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경제연구소 등에서는 한은과 달리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금융연구원 장민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미국 경기 호조는 부양 정책의 효과일 뿐 여전히 불안한 요소들이 많다”며 “신중히 리스크 요인을 짚어가면서 전망해야 할 한은이 일부 IB가 전망치를 올린다고 따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거시경제연구부장도 “우리의 경제 판단을 바꿀 정도로 상황이 크게 좋아진 것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중식 한은 조사총괄팀장은 “한은은 매년 4월 경제성장 수정 전망치를 발표한다”며 “전망을 발표하기 전 통상적으로 경제 상황을 봐서 수정과 관련된 견해를 얘기해 왔다”고 해명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