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외국인… 증시 힘 빠지나
입력 2011-01-24 21:06
외국인이 심상찮다.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연이어 팔면서 최근 2년 동안 ‘바이(Buy) 코리아’ 기조에서 ‘셀(Sell) 코리아’로 변심한 게 아닌지 우려가 일고 있다. 외국인 매매 동향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어서다. 지난 21일 외국인이 3000억원어치 현물주식과 1조원의 선물을 팔아치우자 코스피지수는 36.74포인트(1.74%)나 떨어졌다. 24일에도 외국인은 현물주식 1000억원 이상을 팔았다. 그러나 연기금 등 기관 투자가가 2000억원 이상을 사들여 코스피지수는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 2082.16을 기록했다.
◇“단기 조정…다시 컴백한다”=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10월 1조6487억원, 11월 3조628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의 순매수액은 올 들어 24일까지 6358억원에 불과하다. 15거래일 동안 주식을 판 날(8일)이 더 많다. 지난주까지 외국인 매도세를 가볍게 보던 증권사들도 지난 주말 순매도 규모를 보고 증시 조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대체로 다음 달까지 증시가 조정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조정 폭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달랐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중국을 포함해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올린 국가들 중심으로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해 순매도 규모가 우리의 배 이상에 달한다. 배 연구원은 최근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신흥국의 주가 매력이 떨어진 점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과 국내 기업의 호실적, 환차익 매력 때문에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특히 경기 흐름이 나쁘지 않고 원·달러 환율도 저평가된 상태라 외국인 매수세는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조정을 전망하는 증권사들은 다음 달 중 코스피지수가 2030∼205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기 조정…올해는 매도 전환”=그러나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후 신흥국 주식을 부지런히 사들인 외국인의 차익 실현이 본격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선진국 시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자 지난해까지 많이 오른 신흥국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며 “외국인이 발을 빼면서 인도네시아와 인도, 태국 증시는 연초 이후 각각 8%, 7%, 2% 이상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다음 달 중 코스피가 1900선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도 “외국인 매수 강도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되다가 매도로 전환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외국인의 빈 자리를 국내 유동성이 메우면서 증시는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여전히 낮은 금리 속에 개인 자금과 연기금, 퇴직연금 등이 주식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