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덴만 여명’덕? 당청 화해했다

입력 2011-01-24 18:46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낙마 사태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났던 마음을 풀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23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 등을 대통령 안가(安家)로 초청해 가진 극비 만찬 회동에서다.

이를 두고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성공으로 불어온 아덴만발(發) 훈풍이 당·청 관계를 정상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 당·정·청 핵심들이 모두 모였다.

안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찬 사실을 밝히며, 이 대통령이 “당·정·청은 역사와 국민 앞에 공동운명체로서 무한책임을 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당·청은 한 몸으로, 정권 재창출이 제일 중요한 문제이므로 항상 염두에 두고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당·정·청이 함께 협력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반드시 성공시켜 정권재창출을 이루자”고 다짐했다. 김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이 마음을 풀기 위한 자리였다. 빨리 (마음을) 풀어준 것에 고맙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만찬에서 이 대통령은 정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당이 보여준 태도에 ‘섭섭한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당이 피해의식에 젖어 그러면 되겠느냐”고 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 10일 정 후보자에게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하며, 당의 결정을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가 안 대표 신임을 사실상 철회했다’는 얘기까지 돌고, 26일로 예정됐던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 회동까지 취소되면서 당·청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었다.



김 원내대표는 “제가 ‘다 잘못된 일이다. 심기일전해서 잘 하겠다’고 말했다”며 “안 대표와 같이 사과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27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회의를 시작으로, 당·정·청 9인 회동 등 모두 정상화됐다”고 강조했다. 회동은 청와대에서 당일 오후 4시쯤 통보해 일종의 ‘번개’ 형식으로 이뤄졌고 한식에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이번 만찬을 계기로 당·청이 불편한 관계를 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사과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다소 과한 것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당과 청와대의 수평적 관계를 주도해야 할 이들이 대통령에게 머리를 거듭 조아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25일로 예정됐던 개헌 의원총회를 연기했다. 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 있고, 구제역과 설 연휴를 앞두고 지역에 내려가 의정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설 이후인 다음달 8∼10일 사흘간 개최키로 한 것이다. 전날 만찬 회동에서는 개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하지만 개헌 논의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의원 참석률이 높은 시기로 미루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