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재계 오찬 스케치… MB 만난 총수 30명 이름표 달지않은 까닭은?

입력 2011-01-24 21:35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국내 30대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취임 이후 6번째다. 이 대통령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며 “국내에 계셨습니까”라고 인사했고, 다른 총수들에게도 안부를 물었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대기업 총수들에게 여러 차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대·중소기업, 투자 및 고용에서 대기업들이 정부 방침에 잘 협조해 준 것에 대한 사의였다. 이 대통령은 “2010년도 대기업 투자도 당초 목표 이상으로 해줬다. 고용 문제에서도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며 “여러분의 협조 하에 지난해 경제가 6% 성장할 수 있었고, 수출도 초과 달성해 세계 7위권에 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기업들의 민원 해결에 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연구개발(R&D) 센터를 서울이나 수도권에 지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 노조와 관련, “노동부가 다른 부처와 협의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좋겠다. 특히 불법 노조 활동이 묵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해외출장 중 전용기 안에서 읽었다면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을 권한 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랑받는 기업이 오늘 대통령이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총수들도 이 대통령에게 ‘협조’하겠다고 호응했다. 이건희 회장은 “대기업들이 투자와 고용, 수출을 많이 늘려서 경제 활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더 신경을 쓰겠다”며 “이제 현장에서 정착이 되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투자와 고용 계획을 설명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적극 활용해 협력업체들의 대외수출증대를 특별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협력회사와의 동반성장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실질적으로 결실이 이뤄지도록 제가 직접 챙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정 목표인 5% 성장에 기여하기 위해 국내투자와 해외자원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국가경제성장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총수들은 ‘명찰’을 달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대통령 행사 참석자들이 일괄적으로 명찰을 다는 관례를 개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올해부터 각종 회의나 간담회, 면담과 같은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일괄적으로 명찰을 다는 관례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면서 “한마디로 말하면 부드럽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0명 이내 소수 인원과의 면담이나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굳이 소개가 필요하지 않은 인사의 경우 이름표를 뗌으로써 권위적으로 비쳤던 의전 양식에서 벗어나게 됐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