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아버지와 고민 상담하겠다” 0.9% 불과

입력 2011-01-24 18:43


2010 가족실태조사… 어떻게 변했나

여성가족부가 2005년에 이어 지난해 실시한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가족생활에서 의사결정은 평등해졌으나 가사와 육아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청소년들은 부모 의존도가 높은 만큼 자녀양육을 경제적 부담으로 보고 있다.

◇건강하고 돈 있어야 행복=주관적 행복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9점으로 응답자들은 대체로 행복한 편이다.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건강(67.6%) 돈(47.3%) 일(24.4%) 자녀(18.2%) 배우자(14.9%) 가정생활(12.6%)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건강(65.7%) 돈(46.9%) 일(30.3%), 여성은 건강(69.6%) 돈(47.7%) 자녀(22.5%)를 꼽았다.

◇아내 지위는 상승, 일복은 여전=의사결정에서의 부부공동형 비율이 늘어나는 등 가족관계는 점차 평등해지고 있으나 가사노동은 여전히 여성 몫으로 남아 있다. 5년 전 1차 조사에 비해 부부가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비율은 자녀교육 관련 문제(54.0→56.7%)와 주택구입 문제(74.3%→77.2%), 투자 및 재산관리 문제(62.5%→70.8%) 등에서 모두 증가했다. 대체로 아내가 한다는 응답도 자녀교육(15.5%→17.6%)과 주택구입(5.1%→9.2%), 투자 및 재산관리(8.9%→11.6%) 등 모든 항목에서 증가했다. 그러나 가사노동은 남성보다 여성의 참여비율이 현격히 높다. 식사준비는 남성 22.2% 여성 80.9%, 설거지는 남성 29.0% 여성 84.7%, 세탁은 남성 20.4% 여성 81.5%, 집안청소는 남성 40.8% 여성 86.6%로 나타났다. 가족 내 돌봄노동도 여성이 주로 맡고 있다. 영·유아의 가정 내 양육자는 81.2%가 어머니다. 노인돌봄도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남성일 경우 여성배우자(65.8%), 여성노인은 며느리(35.1%) 등 여성들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명절은 며느리 ‘고생절’ 맞다=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으로 ‘어머니 딸 며느리 등 여성이 주로 한다’는 응답이 62.3%였다. ‘남자 여자 같이 한다’는 4.9%로 극소수였다. 명절에 같이 보내는 가족을 묻는 질문에는 ‘남편 쪽 가족’이 62.2%, ‘남편 쪽과 보낸 뒤 아내 쪽으로 이동’이 34.6%였다. ‘아내 쪽 가족’과 보낸다는 응답은 2.1%, ‘남편과 아내 쪽 번갈아서’는 0.7%, ‘아내 쪽과 보낸 뒤 남편 쪽으로 이동’은 0.6%로 남성위주의 명절문화가 지속되고 있다.

◇미워도 다시 한번=‘다시 태어나도 현재 배우자와 다시 결혼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하고 싶다’고 답한 남성은 50.6%, 여성은 30.5%로 평균 41.0%밖에 안 된다. 부부갈등으로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부부는 15.8%나 됐다.

하지만 노후에는 ‘배우자와 단둘이 지내고 싶다’는 응답이 72.7%로 가장 많다. 남성은 79.0%, 여성은 66.6%다. 이어 나 혼자(6.9%), 유료노인복지시설 이용(4.7%), 자녀 중 형편이 되는 자식과 함께(3.8%), 무료노인복지시설 이용(3.8%), 맏아들과 함께(3.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영원한 ‘봉’=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 시기를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때(57.0%)까지로 보고 있으나, 자녀들의 생각은 다르다. 청소년은 20.6%가 ‘결혼 때까지’, 3.4%는 ‘결혼 후에도 필요하다면’이라고 답했다. 청소년 4명 중 1명꼴로 부모에게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출산·양육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도 높다. ‘자녀를 키우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일이다’라는 항목(5점 척도)에서 10대들의 점수(3.9점)는 30대(3.7점)나 70대 이상(3.5점)에 비해 높았다.

◇아버지는 왕따?=‘부모와의 대화가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서 아버지와의 대화가 ‘조금 부족하다’는 응답이 29.5%, ‘매우 부족’은 응답이 5.9%였다. 어머니와 대화는 ‘조금 부족’이 10.8%, ‘매우 부족’이 1.1%로 자녀들은 아버지와의 소통 부족을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민을 의논할 수 있는 상담 대상으로 친구(50.4%) 다음에 어머니(29%)를 꼽았고 아버지는 0.9%에 그쳤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지금의 배우자를 부모 및 친척의 소개로 만났다는 응답이 70세 이상은 90.7%인데 비해 20대는 7.7%밖에 안 된다. 50대 이상이 부모나 친척의 소개로 현재 배우자를 만나게 됐다면 40대 이하는 친구, 선후배, 동료 소개가 더 많다. 남성의 총 결혼비용은 5000만∼1억원 미만이 45.8%로 가장 많았고, 1억원 이상도 27.6%나 됐다. 여성의 총 결혼비용은 1000만∼3000만원이 39.2%로 가장 높았다. 이는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전통적 인식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쿨’한 10대들 화장이 최고=사후에 묘지를 쓰는 방식에서 세대차이가 가장 뚜렷이 나타났다. 70세 이상은 절반 가까이(48.7%)가 가족 및 공원, 종교기관 등 매장을 원한 반면 20세 미만은 한 명도 매장을 원치 않았다. 20대는 14.4%, 30대는 26.3%, 40대는 27.8%, 50대는 36.5%, 60대는 40.6%가 매장을 원했다. 10대는 ‘화장해 납골당 안치’가 80.8%로 가장 많았고, ‘화장 후 산 바다 등에 뿌리기’가 19.2%였다. 10대는 전체가 매장 대신 화장을 택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