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복지 발원’ 민주당, 증세 놓고 마찰음

입력 2011-01-24 18:48


무상복지 정책의 재원 마련 방식과 관련해 민주당 지도부에서 또다시 이견이 불거졌다. 증세 여부를 놓고 마찰음이 갈수록 격해지는 분위기다.

손학규 대표는 24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지출 구조의 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지론인 ‘증세 없는 복지’를 재천명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이명박 정부가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복지의 재원을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적 증세론자로 ‘부유세’ 신설을 주장해온 정동영 최고위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의원들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며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냐, 증세가 불가피한 보편적 복지냐 하는 부분은 좀 더 긴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수세적으로 끌려가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보편적 복지를 증세 없이 궁극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곤란한 얘기”라며 “중산층까지 전부 복지혜택을 준다는 것인데 어떻게 증세 없이 현재 조세만으로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서두원의 SBS 전망대’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복지국가로 가는 데 있어서 증세 없이 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아직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부족한 것”이라며 손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등 증세 불가론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내부 논란이 계속되면서 민주당은 당내에 ‘보편적 복지특위’를 구성키로 한 지 3주가 됐지만 아직 특위위원장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정동영 최고위원과 정세균 최고위원이 서로 맡겠다며 한 치 양보도 없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3∼4차례나 열려 조율을 시도했지만 두 최고위원이 회의석상에서 각자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지지 의사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 어젠다’ 주도권을 둘러싼 당내 대권 주자들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