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호 구출 이후] 1차 구출 실패 후 “해적들 소말리아 땅 못밟게 하겠다”
입력 2011-01-24 21:55
청해부대원 6인의 ‘아덴만 여명작전’ 수기 내용
‘18일 1차 구출작전 실패, 치밀한 2차 작전 준비, 긴박했던 4시간58분 이후 성공의 기쁨.’ 해군특수전여단(UDT/SEAL) 요원과 항공대장, 의무병 등 6명의 청해부대원은 24일 공개된 수기(手記)에서 한목소리로 “작전 실패는 상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상 동료 보면서 전의 불태워=공격팀 김모 대위는 “2011년 1월 21일 새벽 3시. 기상 명령과 함께 눈을 떴다. 1차 구출작전 때 대장님께서 착용했던 그 피탄 고글을 보는 순간 잠을 설쳤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팀 김모 중사는 지난 18일 1차 작전 실패의 울분을 삭였던 때를 기억했다.
김 중사는 “(작전이 시작되자) 무슨 영문인지 그렇게 많이 오갔던 통신이 고요해졌다. 나쁜 예감이 뇌리에 엄습했다”면서 “반대쪽 고속단정에서 검색대장님을 포함한 동료들이 피를 흘리며 누워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당장이라도 그쪽으로 뛰어들고 싶었다”고 적었다.
링스헬기 조종을 맡은 항공대장 강모 소령은 “1차 교전 중 부상한 전우를 후송하면서 ‘해적들이 절대 소말리아 땅을 밟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나눴고, 이를 지킬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증언했다.
◇아덴만 여명작전 개시에서 성공까지=최영함의 병기담당 신명기 중사는 “지난 21일 새벽 전투요원 사격 명령이 떨어지자 내가 맡은 선교(船橋) 구역을 향해 평소 훈련한 대로 M-60 기관총의 방아쇠를 당겨 엄호 및 지원사격을 했다”며 “그러나 해적들은 우리 함정을 향해 응사하지 못했고 이는 해적들이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DT 공격팀으로 삼호주얼리호에 진입했던 김모 중사는 선교에 진입해 해적을 제압한 뒤 수색 중 선교 모퉁이에 여러명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두려움과 공포에 고개를 떨구고 있던 인질들을 향해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입니다. 한국 사람은 고개를 들어 주십시오’라고 외치자 그때야 모두 안도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면서 “그러나 이때 선원 한명이 ‘해적이 선장님을 쐈습니다’라고 하자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 중사는 총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에게 정신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게 하고, 저체온증을 막기 위해 여러 겹의 이불을 이용했던 긴박했던 상황도 전했다. 의무병인 우성윤 상병은 “삼호주얼리호로 고무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 최루가스로 매캐했으며 곳곳에 유리 파편과 혈흔 등이 난무해 상황이 얼마나 급하고 위험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격실 하나하나를 일일이 검색하고 4시간58분간의 긴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감격스런 당시 상황에 대한 생생한 증언도 있었다. 김 대위는 “선교에서 선원들의 사진을 대조해 가며 신원을 확인할 때 그들의 안도하는 모습과 우리를 향해 박수쳐 주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작전 종료 후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던 팀원들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