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왜 돌리나, 암기 왜 못하나” 구타 일상화… 원주 전경대 6명 집단이탈 실태·파장
입력 2011-01-25 00:32
강원지방경찰청 307전경대 소속 이경 6명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맞는 등 선임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집단 이탈했다가 하루만에 복귀했다. 이들은 23일 근무지를 나와 서울지방경찰청에 구타·가혹행위 피해 신고를 했다.
◇“눈동자만 굴려도 맞았다”=24일 경찰에 따르면 이모(20) 이경 등 6명은 “선임들이 평소 (선임 이름과 기수, 군가 등) 암기를 강요하고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때렸으며 점호 후에도 가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신고한 가혹행위 유형은 다양했다. 근무 대기 중에는 눈동자조차 돌려선 안 됐고 동기들과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저녁 점호가 끝나도 손을 무릎에 대고 팔을 쭉 편 상태에서 어깨를 귀에 붙인 채 앉아 있어야 했다. 선임이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욕을 해도 관등성명을 대야 했으며, 세면장에서 씻을 땐 거울 보는 게 금지됐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구제역 방역 활동을 위해 부대원 15명과 함께 한 달간 횡성에 파견돼 있었는데 이곳에서도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제역 방역 활동으로) 부대 밖에서 근무하는데도 이 정도인데 복귀하면 강도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단체로 이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을 서울 미근동 경찰청으로 발령 내 당분간 관리하면서 추후 희망하는 근무지로 보낼 계획이다.
◇6년 전 ‘알몸신고식’ 부대서 또 사고=집단 이탈 이경들이 소속된 307전경대는 2005년 6월 ‘알몸신고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물의를 빚은 곳이다. 같은 해 9월엔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구타·가혹행위 관련 ‘문제 부대’로 낙인찍힌 곳에서 사고가 재발한 것이다. 이번에 집단 이탈한 이경들은 “(선임들이) 한번만 더 폭력사건으로 신고되면 부대가 해체된다며 신고를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장전배 경찰청 경비국장은 “307전경대를 없애고 부대원 90여명은 다시 모이지 못하도록 전국으로 분산시키겠다”며 “지난해에도 구타·가혹행위 적발로 중대 2곳과 소대 3곳이 해체됐지만 편제만 없애고 부대원은 그대로 뒀는데 인력까지 빼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장 국장은 “강원경찰청 소속 부대(중대급) 5개 중 1개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1개 부대가 담당하던 방범, 시위진압 등 업무는 해당 경찰청 직원이 알아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구타·가혹행위 악습이 고질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부대를 더 조사해 추가로 해체할 방침이다.
천지우 기자, 원주=정동원 기자 mogul@kmib.co.kr